영국속담에 "죽음과 납세고지서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국가권력이 존재하는 한 세금을 내지 않을수 없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죽는 것만큼 세금내기가 싫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세금이 불공정하거나 과중하면 사회불안이 생기는 것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정부가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던 근로소득세 경감조치를
올해로 앞당겨 시행한다는 보도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구체적 방법과 경감폭은 불확실하나 현재 690만원인 근로소득 공제한도를
상향조정하고 각종 인적공제한도의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자당은 부가가치세 면세점을 지금의 1,200만원에서 대폭
끌어 올리고 과표가 100억원 이하인 제조업체및 수출업체를 부가세
조사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바로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세법을 고친지 6개월도 안돼 또 세법개정을
얘기하는 것은 누가 봐도 눈앞에 닥친 지자체선거를 의식한 선심공세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선거때라 해도 이같이 자의적인 세정운용이 용납돼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조세행정이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비능률적이라는
불평이 팽배해 있는데 선거용 선심행정까지 판을 쳐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금융자율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이 경우 자의적이고 비효율적인 세정의 폐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다음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번 세법개정 방향이 과세형평을 해친다는
점이다.

세수에 여유가 있다면 세율을 낮추어야 옳지 비과세나 세금감면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개세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도 한국개발원(KDI)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탈루비율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과세특례제도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판에 민자당의 추진방향은 전혀 엉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세금탈루를 막고 대신 부가세율을 낮춰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세정개혁이 성공하려면 재정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조세구조는 직접세에 비해 간접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며
재산세에 비해 소득세의 부담이 무겁다는 점이 문제라고 누차 지적되어
왔다.

게다가 세율이 다단계로 복잡하고 누진폭이 크며 감면조항이 많아
탈세와 부정부패의 소지가 많다.

이를 고치자니 부유층의 조세부담이 커져 조세저항에 부딪치고
그 결과 부동산과표 현실화등이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해결책은 세금내는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정지출의 초점을 국민생활의
질적향상이라는 점에 맞추는 길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의 조세부담률 20%는 선진국에 비해 별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복지 혜택이나 주택,교통,상하수도,교육등 생활여건은
선진국과 비교할수 없는 실정이다.

납세를 일방적인 이전지출이 아니라 행정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세금낼 때 생돈 뺏긴다는 느낌이 안들 때만 세정이 바로잡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