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한 친구는 3년동안 돈한푼 들이지 않고
PC를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었다고 한다.

1달러가 아쉬운 가난한 유학생활동안 이 친구는 미국의 각종 PC를 이것
저것 돌려 써가며 리포트작성과 데이터베이스 검색등을 아무 어려움없이
해냈다.

미국의 컴퓨터 업체 대부분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해 본 후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에 반품을 하면 무조건 받아줬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컴팩사의 PC를 쓰다가 기한이 차면 반품하고 IBM의 PC를 다시
주문하는 식으로 3년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제도가 때로는 제조업체를 골리는 얌체족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컴퓨터 판매와 AS(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사뭇 다른 것만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기네 제품이 단순히 소비자의 집에 배달되는 시점에서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자사의 PC를 진정 생활과 일의 도구로 삼고 새로운 효용을
만들어낼 때 자신의 제품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판단한다.

그런 사고방식은 아무런 기계적 문제가 없어도 "이 PC를 가지고 내가
바라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소비자의 말 한마디만 듣고도 제품을 회수해
가는 서비스 정신의 바탕이 되고 있다.

요즘의 AS는 하드웨어 고장수리뿐만 아니라 사용자 지원교육과 지속적인
관련 정보제공,앞으로의 기능향상보장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기계적인 하자없는 PC의 반품이나 교환을 생각할
수도 없다.

컴퓨터가 갖는 독특한 성격을 그냥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TV 방송채널을 선국하지 못해 제조업체에 전화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김치독 냉장고를 부품 몇개 바꿔 육각수 냉장고로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PC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기계를 뜯어고쳐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려 한다.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고객만족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