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사장들의 고민중의 하나는 국제업무분야에 대한 투자이다.

과감한 투자를 하자니 위험부담이 따르고 가만히 있자니 경쟁에서 지는
것 같아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다.

뚜렷한 국제마인드없는 가운데 경쟁사와 비교해 좀 잘하면 되지않느냐는
도토리키재기식의 싸움만이 반복된다.

국내 32개 증권사중 국제업무능력을 갖춘 곳은 기껏해야 10여개사.

그중에서 슈로더 다이와 자딘플래밍 메릴린치등 해외의 유수한 증권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국제마인드를 지닌 사장은 불행하게도 한사람도
없다.

실제로 국내증권사가 외국증권사와 겨뤄 순수외국회사의 해외증권을
발행한 건수는 단한건.지난 1월 S증권이 대만 오로라사의 주식예탁증서
(DR)발행을 주선한게 유일하다.

사장들의 국제마인드는 여전히 국내시장에 머물고있는 셈이다.

D증권사의 한직원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기위해 해외출장을 가고
싶어 도망설일때가 많다고 한다.

출장을 다녀오기위해선 사장결제를 받아야하고 사장은 대놓고 가시적인
실적을 요구하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증권사의 모사장은 국제업무분야에 대한 용어정리조차 제대로
안돼있어 역외펀드설정과 관련,보고를 들어온 부서장에게 시장점유율등
수치로 된 자료를 제시하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이다.

하루하루의 약정을 챙기고 시장점유율을 따지는게 습관이 된 사장들이
국제업무에서조차 약정을 국제비즈니스의 전부로 착각하기가 예사다.

투자에는 인색하고 실적만 챙기려는 구태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투자위험을 줄이기위해 국제부문투자를 최대한 억제하는
사장도 있다.

H증권의 모사장은 역외펀드설정등을 통한 해외투자등은 꺼리고 관계사의
해외증권주간사역할에만 국한시켜 국제업무를 하고있다.

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해외부문을 활성화시키야 한다고
해도 번번히 무위로 끝났다고 한다.

국제부문에 어두우니 선진국의 하이테크상품에 관한 지식도 없다.

3,4년후면 현물이상의시장을 형성할 선물 옵션분야의 투자가 거의
없고 해외에서 파생상품실전을 해보려해도 투기로만 보는 경향이
짙다는게 증권사 국제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파생상품의 파 자만 꺼내도 얼굴을 찡그리는 사장이있는게 국내증권업계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증권사사장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팔방미인이 될수는 없다.

훌룡한 관리자라면 국제감각이 뛰어난 임원에 책임을 맡기고 좀더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국제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수있는 것이다.

S증권의 경우처럼 오너2세가 국제부문을 진두지휘,역량을 키워갈수있고
L증권은 최근 국제경험이 풍부한 임원이 경영사령탑에 올라 국제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있다.

L증권은 최근 런던현지법인에 현지인을 과감히 채용,한국물의 발행에서
유통까지 전체적인 서비스를 할수있는 마켓메이킹업무를 국내증권사론
처음으로 시작했다.

회사관계자는 위험부담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증권사와 겨뤄보자는
최고경영자의 뜻에 따라 유통업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2년전만해도 국제부문에서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하던 H증권사는 J모이사를
등용해 국제업무능력을 급신장시켰다.

최근 사장이 바뀐 S증권의 경우도 국제부문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사연구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있는 D증권사는 2천년에는 전체수익중
20%를 국제부문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기위해선 사장들이 구각을 벗고 눈을 세계무대로 돌려야한다.

지금까지 국내영업만 잘하면 훌룡한 사장이 될수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국내증권시장이 활짝 열리고 국경없는 전쟁이 시작되면
지금같이 해선 설땅을 잃게된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