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경희대 한의대교수>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남편과 아내라는 서로 독립된 개체가 부부를 이루는 것임에도 "한마음
한몸"이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상호간 주고받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리라.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하찮은 감기몸살이라도 어느 한쪽이 자주 앓게 되면 상대방의 건강도
소홀해질수 밖에 없으니 남편의 건강은 아내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게 마련이다.

여성질환의 대명사인 방광염은 세균등의 감염으로 인하여 방광에
염증이 초래되는 질환이다.

방광염이 여성에게 "방광의 감기"라 불릴 정도로 흔한 까닭은 여성의
요도가 약 3cm에 불과할 만큼 짧고 요도 근처에 질과 항문이 인접하여
각종 세균이 침범할 확률이 높으며 월경이나 임신 성생활등 여성이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생리적 악조건들 때문이다.

급성방광염은 대장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행성
감염이 대부분이다.

환자들은 소변이 자주 마려운데 누고 나서도 시원치 않아 다시 가고
싶고 소변볼때 작열감이나 동통을 느끼며 백혈구가 가득한 소변을 보게
되는데 이는 모두 염증이 방광점막을 자극하여 유발되는 소위 방광자극
증상들이다.

한편 방광은 간이나 신장과는 달리 속이 비어 있는 장기이므로 염증이
있더라도 오한 발열 전신쇠약감등은 나타나지 않으니 이들 전신증상이
있으면 신우신염이나 방광주위염등의 병발을 생각해야 한다.

급성방광염이 깨끗하게 치료되지 않으면 소변검사상 세균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자꾸만 감염이 되풀이되는 만성방광염을 앓게 된다.

이 만성방광염은 증상이 매우 경미하여 환자는 만성적인 피로감과 소변이
시원치 않다는 느낌만을 호소하는 경우 많은데 몸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으면 소변이 잦아져 아예 오줌소태를 달고 산다는 말까지 하게된다.

삶의 질이 저하된 여성은 쉬게 짜증내기 마련인데 짜증의 화살은
남편에게 날아가기 일쑤이다.

한의학적으로는 방광염이 요불리 임병 포비증 등의 범주에 속하며
치료는 방광의 습열을 해소하는 이수법이 많이 응용된다.

한랭과 스트레스에 약한 방광,그리고 여성에게는 따뜻함이 최고다.

남성들이여 주부의 건강이 남편의 건강,나아가 가족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아내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갖도록 하시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