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같은 원시적 인재는 과연 한국형인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도시가스망을 건설,긴 연장의 가스관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각각 자기들의 실정에 맞는 관리점검체계를
마련,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고이후 도시가스관 시공과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일본,프랑스등 선진국들의 도시가스관 보호대책을 알아본다.

<>미국 =도로등 지하굴착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가스관등 파이프라인
손상이 전체 관련사고의 62%를 차지,미국 역시 굴착공사등으로 인한
지하매설물이 손상당하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은 전반적인 지하시설 손상방지 프로그램으로 "원콜
(one-call)시스템"을 운영,가스관등이 손상을 입더라도 구조적으로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원콜시스템은 굴착업자가 해당 굴착공사의 시행을 원콜센터에 연락하면
센터는 가스공사등 시설 운영자에게 이 사실을 통지,해당지역을 표시토록
하는 정보교환의 관제 시스템으로 하와이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실행되고
있다.

<>프랑스 =굴착공사등에 의한 지하배관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시설물
소유자들간 "작업협조"를 철저히 지키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가스관등 지하구조물은 아무리 관리시스템이 좋다하더라도 사람의
단순한 실수에 의해 돌이킬수 없는 대형참사로 이어질수 있어 협조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작업에 앞서 공사책임자가 작업개시 의향신고를 작업개시 10일전까지
가스공사에 제출하면 공사측은 접수한 날로부터 5일후에 기술적 자문을
하도록 돼있다.

이와함께 공사는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보를 개인과 기업들에 정보통신망인
미니텔( minitel )을 이용,가스관 매설위치,굴착방법,법적조항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일본 =지하철공사등 대규모 굴착공사 사업자는 반드시 가스회사와
"가스공급시설의 안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토록 명문화하고 있다.

또 도시가스회사도 사업자가 제출한 모든 공사현황을 조회,"타공사
협의 확인서"를 발행하고 다른 공사 사업자와 공사중의 안전관리체계등을
협의토록 하는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가스회사 안전관리원등이 입회한 공사에는 규모등에 따른 협의를 하고
입회기간을 정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다른 공사 사업자와 상호 확인
하도록 했다.

결국 일본의 지하매설물 관리는 매설물도면의 전산화등 과학화와 함께
가스공사 건설업체 해당지역 공무원등이 공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상호
점검토록 함으로써 사소한 실수도 막도록 했다.

<>우리의 실태 =우리나라도 굴착공사를 하는 경우 해당관청의 허가를
얻은후 가스회사등에 이 사실을 통보,도면과 안전관리원의 입회하에
공사를 진행하는등 전반적인 시스템은 미국,일본등과 비슷하다.

문제는 대구도시가스 폭발사고와 같은 참사가 이들 나라에서는 좀체로
일어나지 않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폭발사고는 물론 가스누출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한데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한마디로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가스관 매설지점의 상부 50cm 지점에 빨간테이프를 부착토록
돼있으나 이 테이프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있더라도 규정에 어긋나게
돼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일쑤라는 것이다.

또 지하철공사구간의 경우 가스회사의 안전관리원이 하루에 2차례씩
입회점검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공구당 3~5km씩 되는 가스관을 한명의
관리원이 가스관을 점점토록 하는것 자체가 문서상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사업법은 자동차의 하중이나 온도변화를 이겨내기 위해
가스관을 1~1.5m이하에 매설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20cm도 안되는
깊이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이 허다한 실정이다.

가스관의 경우 지하도면이 있으나 축척이 다르고 위치도 다르게 표시돼
있어 없느니만도 못해 건설업체들이 오히려 도면참조를 부담스러워하는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본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인력확보및 장비보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