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브뤼셀 아메리칸클럽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프리 가튼 미통상
담당차관보는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를 ''표류상태''라고 표현했다.

리언 브리튼 유럽연합(EU) 대외담당 집행위원도 이를 ''공백의 위기''로
설명했다.

양측간 ''틈새''가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였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뽑는 과정에서 미국은 끈질기게
유럽측 후보를 반대, 양진영간 심각한 갈등을 노출했었다.

최근 국제환율위기를 겪으면서도 협조체제를 마련하는데 실패하는 등 소련
이란 공동의 적이 무너진이후 양측은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사사건건
대립양상을 보여왔다.

자연히 양대진영의 지도층을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협력관계를 회복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흘러나오며 그 방안중 하나가 이른바
"범대서양 자유무역협정(TAFTA)"의 체결이다.

지난 70년대초에도 한때 거론됐던 TAFTA설립건은 미국및 유럽의 정치 경제
지도자로 구성된 범대서양 정책그룹(TPN)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범대서양
국가간 새로운 파트너십과 유럽의 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또다시 제기,
관심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이후 자크 상테르 EU위원장,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 밥 돌 미공화당
의원, 클라우스 킨켈 독일외무장관등 양진영의 거물급 지도층이 공식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또 존 메이저 영국총리도 지난달 미국을 방문, 클린턴대통령과 이문제를
논의하는등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등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EU와 NAFTA란 2개의 거대한 경제블록이 TAFTA란 또다른 경제블록을 설립
하는데 이처럼 큰 관심을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측으로서는 양측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작용한다.

첨단 현지공장을 미국에 세우면서 발생하는 역내 산업공동화 현상을 방지
할수도 있다.

중남미및 지중해 연안국과 경제블록 형성, 역외시장을 확대하려는 현 EU의
전략과도 부합된다.

이를 활용, 미국과 정치적 협력관계로 확대해 나갈수도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뒤떨어지는 멕시코와 자유무역지대를 설립,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경제력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에
있는 유럽을 그 파트너로 삼길 원하는 것은 자연스런 시각일수도 있다.

한마디로 TAFTA는 양측에 상당한 실리를 제공해 줄수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않다.

비록 지역 경제블록이 WTO규정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나 "다자간 무역체제
구축"이란 대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강하다.

레나토 루지에로 WTO초대사무총장은 이와관련, "양측간 자유무역지대의
설치는 개도국을 배제, 세계경제통합을 지연시킬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의 피터 서덜랜드 전사무총장도 이를 "세계경제통합
의 장애"로 평가했다.

EU위원회의 호스트 크렌즈러 대외경제담당 국장은 "현실적으로 미국은
섬유류, EU는 농산물시장의 완전개방을 꺼리고 있어 TAFTA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리튼 집행위원도 아메리칸클럽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매력있는 개념
이지만 현실성은 없다"며 그 가능성에 회의감을 피력했다.

그는 그대신 "범대서양 경제지역"을 설립, 제품규격 반독점금지조치등
양측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제거하고 양진영의 정치및 경제적
협력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진영간 TAFTA설립 논의는 아직도 사전 검토단계에 불과하다.

반대의견이 커 실현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러나 "양진영은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대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브리튼집행위원의 주장처럼 그 어떤 형태로든 경제협력방안이 마련
될 가능성은 높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