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관점에서 볼때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유사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

20세기 전반에 외세의 식민지배를 받은데 이어 2차대전 이후에는 국토분단
이라는 비애를 맛보았다.

두나라 모두 내전으로 인한 정치혼란에 시달리고 경제적 빈곤에 허덕였던
과거를 갖고 있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분단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비해 베트남은 20년전
바로 오늘 통일국가를 일궈냈다.

통일 베트남은 오랜 내전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86년부터 도이모이(쇄신)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시장경제제도의 도입과 대외 개방정책이 도이모이의 골자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경쟁국 기업들에 뒤질세라 우리기업들도
베트남진출을 서둘렀다.

90년부터 본격화된 우리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
작년말 현재 총 100건에 금액으로는 9억달러에 육박했다.

교역규모도 92년 수교당시 3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11억달러를
넘어섰다.

해마다 배가 돼온 셈이다.

베트남 정부도 양국간 경제협력이 활발히 진행되는데 대해 무척 고무된
듯하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 투자유치 우선사업까지 정해 놓고 우리 기업들을
손짓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서울을 방문했던 도무오이 베트남 공산당서기장은 구체적인
경협방안들을 제시하면서 한국기업의 베트남진출을 강력히 요청한바 있다.

양국간에 인적 물적 교류가 더욱 확대되고 비경제분야에서의 협력관계도
급속히 진전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다.

천연자원도 풍부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할수 있는 곳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기술과 자본을, 베트남이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두 나라 경제는 상호 완벽한 보완관계를 구축할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7,000만명의 베트남이 오는 2000년까지 매년 8%의 성장세
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예상치가 적중한다면 우리상품의 수출여력은 더욱 커지게 되고
베트남의 공업화, 사회간접자본 확충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진출
기회도 대폭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은 현재 사회간접자본이 미흡하고 시장경제를 뒷받침할 제도가 정비
되지 못해 투자에 따른 위험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적극 진출할 가치가 높은 나라다.

베트남이 오는 7월에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가입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SEAN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ASEAN 시장과의 교류 증진에도 훌륭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베트남통일 20주년을 계기로 한.베트남 양국이 과거의 상처를 씻고 정치.
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시대로 접어들게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