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펄프가격이 미친듯이 오르고 있다.

지난 93년10월 t당 3백20달러이던 소프트우드 표백화학펄프가 요즘엔
9백25달러선(5월인도기준)에 달해 사상 최고수준으로 뛰어올랐다.

1년반동안 약 3배가 올랐는데도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펄프가격상승은 1차적으로 제지업체에 파장을 미치지만 인쇄 출판 신문
문구업종등에 연쇄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 마켓펄프업체인 미국 웨어하우저사의 마케팅및 세일즈
담당부사장인 척 카펜터씨를 시애틀 본사에서 만나 펄프가격 폭등의 원인과
전망등을 들어봤다.

-펄프가격이 얼마나 더오를 것으로 보는가.

"펄프에는 활엽수로 만든 하드우드펄프와 침엽수로 만든 소프트우드펄프가
있다.

이중 하드우드펄프는 인도네시아등지의 펄프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어
연말께는 가격이 어느정도 진정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회사를 비롯, 미국과 캐나다등지에서 많이 생산되는
소프트우드펄프는 적어도 내년말까지는 계속 오를 것이다"

-펄프 가격의 강세를 전망하는 까닭은.

"증설이 거의 없는데다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서이다.

북미지역 펄프업체들은 80년대후반부터 지속된 펄프가격 하락으로
몇년동안 엄청난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펄프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설확장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환경보호운동으로 펄프원료인 칩을 구하기가 어렵고 대규모 공장과 이에
인접한 도로및 항만등을 건설할 마땅한 입지를 찾기도 어렵다"

-펄프 수요는.

"일본 한국 중국등 동아시아와 유럽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의 펄프가격 급등은 미국보다는 동아시아와 유럽 양대시장에 의해
촉발됐다.

이들지역은 다른데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소비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하다보니 제지업체들의 채산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고
이에따라 96년말이후엔 펄프소비증가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 가격이 어느정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펄프산업은 환경보호의 압력을 받고 있어 일시적인 등락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꾸준히 오를 것이다"

-웨어하우저사나 동종업체들의 설비확장 계획은.

"우리 회사는 확장투자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탈묵시설과
고지재생시설등에만 투자할 계획이다.

또다른 대형펄프업체인 인터내셔널페이퍼와 조지아퍼시픽사도 여러가지
여건때문에 미국내에서 설비투자를 하긴 힘들 것으로 본다.

일부업체가 뉴질랜드나 칠레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있다"

-한국의 제지업체들과도 거래를 하고 있는가.

"현재 12개사에 펄프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제지업체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장기거래보다
단기거래를 원하며 특히 현물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거래는 가격하락때는 저가구매를 할수있어 유리하겠지만 요즘처럼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할땐 원료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안정 경영을 위해선 대형펄프업체로부터 장기구매를 하는 쪽으로
구매패턴을 바꿀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1900년에 창업한 웨어하우저는 연간 2백30만t의 마켓펄프를 생산,
미국및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종이와 목재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0억5천8백만달러로 93년보다 12.6% 늘었다.

< 시애틀=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