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건설업체가 해외에 진출할때 지원받을수있는 유일한 금융수단인
연불(연불)금융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26일 한국수출입은행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5년 연불금융제도가
도입된 이후 건설업체의 해외공사 시공때 이용되는 기술제공자금
지원사례는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연불금융
사용조건이 일부 완화됐음에도 해외공사수주를 위해 이 자금을 이용한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어서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연불금융이란 국내제조업체가 외국에 선박 산업설비등을 수출하거나
건설업체가 해외공사를 수주했을때 수출입은행이 외국발주처 대신
공사비등 자금을 지원한뒤 해당발주처로부터 최고 10년간에 걸쳐
자금을 회수하는 수출촉진제도의 하나로 제조업에는 수출자금,
건설업에는 기술제공자금이 지원된다.

이에따라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있는 건설업체들은 현지 금융이나
제3국의 금융을 이용할수밖에 없어 자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일본등
선진외국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지고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있다.

특히 신규로 해외시장에 참여하는 중견업체들은 신용도가 떨어져
그나마 해외금융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다.

이같이 건설업체가 제공받을수있는 연불금융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국내 기자재나 인력등을 사용하는 경우나 외화가득률이 30%이상인
경우에만 자금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공사선수금이 15%이상일때만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등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있는 것도 연불금융
이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외국 발주처가 특정 기자재사용을 지정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기자재및 국내인력을 사용할 경우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수 밖에 없어 이같은 조건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인력 비용등 국외소요자금에
대해 무작정 지원할수있는 없으나 OECD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양질의 공사나 제3국의 기자재비용(발주처지정 경우)등에
한해 일부 제도완화를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업체의 연불금융 활용도를 높이기위해 지원대상
국가를 최근3년간 국내업체의 건설수주실적이 전체의 5%미만인 국가에서
20%미만인 국가로 확대하고 토건공사의 연불기간으로 6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등 지원조건을 완화했었다.

한편 제조업체에게 지원된 수출자금은 92년 1조7억원,93년 2조6백82억원,
지난해 2조5천6백억원등으로 늘어고있는 추세인데 반해 건설업체가 사용한
기술제공자금은 지원실적이 한건도 없는 상태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