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에도 첨단과학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의 추리물들이 마약 살인 매춘등을 주소재로 했던데 반해 최근 나온
소설들은 유전공학 컴퓨터 정보통신 핵물리학등 첨단과학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신세대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예작가 하림씨(32)의 "DNA-1의 비밀" "사마귀"(3차원간)와 한원준씨(36)
의 "사이보그 솔저"(전3권.가교간), 미국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바이너리"
(하문사간), 리처드 마친코와 존 와이즈먼이 함께 쓴 "붉은 세포"(서적포
간)등이 각광받는 작품.

"DNA-1의 비밀"은 유전공학에 의해 탄생한 시험관인간의 비극을 그렸다.

어느날 새벽 운행중인 지하철 전동차가 갑자기 실종된다.

승객들은 땅속 비밀기지에서 복제인간 제조를 위한 실험대상으로 쓰인다.

과학문명이 인류를 지배하면서 여성의 자궁이 퇴화되고 임신이 불가능해지자
정부가 "시험관인간 대량복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

그러나 이를통해 영혼과 신의 세계에까지 도전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대가로 비극적 종말을 맞는 상황이 섬뜩하게
묘사돼 있다.

"사마귀"는 빛과 전파의 위력을 앞세워 지구상의 정보를 독점하고 지배
하려는 강대국의 야욕을 사마귀의 변태적 섹스와 접목시켜 파헤쳤다.

"사이보그 솔저"는 핵폭발에 따른 지구의 생태계 변화를 가상한 소설.

핵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주인공은 온몸에 생명보조장치를
단채 기계인간으로 거듭난다.

연방군 수색대 장교의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방사능 후유증으로 비대해진
쥐와 개미의 습격을 받고 경악한다.

"바이너리"에는 컴퓨터해커가 등장한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화학물질을 놓고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겠다는 거물
정치인과 국무부 정보부가 벌이는 추격전이 숨막히게 펼쳐진다.

"붉은 세포"는 북한의 핵위협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킨 작품.

퇴역한 미해군 중령이 특수부대를 이끌고 북한의 청진항으로 침투, 핵물질
을 운반하는 잠수함과 화물선을 폭파한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