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추진위원회와 대법원이 사법개혁 1백주년 기념일인 25일
발표한 법조개혁 공동안은 법조인수를 대폭 늘리고 잘못된 사법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판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다.

현재의 법조인력과 관행으로서는 시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데 세추위뿐 아니라 법조계도 공감을 한 셈이다.

법조인 추가수요가 2005년까지 9천-1만1천여명 정도 될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현행 3백여명 수준인 선발인원을 내년에 5백명을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99년까지 매년 1백명씩 확대키로 한 것은 이같은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조인수를 늘리는 문제는 대법원측이 당초 예상을 깨고 96년
5백명,97-99년 8백명,2000년이후 1천명으로 제시,돌파구를 열기도
했다.

세추위와 대법원이 맞부딪쳤던 법조인양성제도 문제도 나름대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공동안은 당초 "시험을 통한 선발"과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대립에서 시험보다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키로 시각차를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공동안에서는 법학교육제도에 관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세추위와 대법원측 전문가들간에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추위와 대법원은 법학교육제도문제를 놓고 아직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세추위측은 현행 4년제 법대학부과정위에 2년제 또는 3년제 전문법과대학원
(로스쿨)을 설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현행 4년제 법대학부를 의과대학처럼 1-2년 연장,2년의
교양과정과 3-4년의 전문법학교육과정을 밟는 법대학제 연장안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현행 사법시험폐지여부와 새로운 법학교육기관은
몇개에 학생수는 얼마로 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법조학제 개편방안은 세추위와 법조계에서 추천하는 각각 3인의
전문가로 구성될 "법조학제위원회"에서 7월까지 최종안을 마련,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 됐다.

법조학제위원회의 과제는 새로운 법학기관의 수와 정원,학생선발
방법과 졸업생에 대한 자격시험 실시방법에 모아질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법조자격시험은 새로운 법조학제를 이수한
사람에게만 부여된다.

이번 공동안에서 법조계의 불합리한 관행으로 지적돼온 전관예우를
막기위한 각종 제도가 마련된 것도 법조계안팎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관으로 있다가 단독개업한 변호사가 퇴임후 일정기간 이내에
수임한 형사사건의 회피제도는 판결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개선책으로
여겨진다.

또 변호사개업시 최종근무지에서 활동한 구체적 업무를 광고에
싣지 못하도록 변호사협회 광고규정을 개정키로 한 내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에서는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나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는
방법이 없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법조에 대한 불신은 부실한 법률서비스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검찰 경찰의 불공평한 법집행에서도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세추위가 보고한 "한반도의 국제물류중심지화 전략"은
동북아지역에서의 해상물동량 급증추세에 대비,일본 고베 요코하마항이나
대만의 카오슝항에 비해 입지면에서 유리한 부산항과 광양항을 집중
개발할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 "문화.관광연계방안"은 관광산업이 환경산업 첨단산업과 함께
21세기 최대 성장산업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돼 추진되는 것이며
"삶의 질 세계화"는 생산적 복지체계에 초점이 맞춰져 개선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