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용어 가운데는 자연과학으로 부터 차용한 것들이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탄력성의 개념인데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역시
그 중 하나다.

히스테리시스란 이력현상으로 사전적의미는 외부적인 힘에 의한 어떤
물체의 성질변화가 변화의 원인이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히스테리시스가 경제학에 도입된 것은 80년대 유럽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83년 이후 유럽의 실업률은 90년 8.1%가 최저치였고 85년에는 10.4%로 가장
높았다.

73년부터 92년까지의 평균실업률이 5.2%인 점을 고려한다면 80년대 유럽의
실업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왔던 것을 알수 있다.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도 낮아질것으로 보았던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높은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자 이를 해명하고자 시도했다.

그중의 하나로 실업에 히스테리시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시
되었다.

즉 70년대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대량의 실업이 발생한 이후
이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 다시 취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대개 두가지 정도가 제시되고 있는데, 하나는 이들이 장기간의
실업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인적자본에 손상이 생겨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이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기술숙련도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증대되는 현대
경제에서 심화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인사이더)이 고용주
와의 협상과정에서 자신들의 고용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실업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아웃사이더)의 취업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히스테리시스의 가설을 내세우는 경제학자들은 장기균형으로서의 이른바
자연실업률이라는 것의 존재를 부정하고 현재의 실업이 과거의 균형과는
무관하게, 과거에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가 하는 역사 또는 이력에 좌우되는
경로의존적(path dependent)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