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율불안이 장기화되자 현행 변동환율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달러.엔.마르크등 세계중심통화간에 "목표환율대(타깃존)"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 70년대초 붕괴된 브레튼우즈체제의 고정환율제와 현재의 변동
환율제의 중간형태인 준고정환율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초엔고를 겪고 있는 일본에 의해서 다시 제기됐다.

지난주말 다케무라일대장상은 이 문제가 25일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회담에서 심도있게 거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제도의 변경문제가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달러가 전후최초로 1백엔밑으로 내려갔을 때 외환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검토했다.

작년 7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서도 통화제도의 변경
문제가 잠시 거론되기는 했다.

그러나 작년말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목표
환율대설정논의가 "없었던 일"로 결론난후 물밑으로 쑥 들어갔다.

그러다 최근 달러폭락과 엔.마르크폭등의 환율불안이 극심해지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목표환율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85년 G5국가들이 체결한 플라자합의이후 90년대초까지 목표환율대라는
것이 존재했었다.

엔과 마르크에 대한 달러환율이 달러당 각각 1백20~1백40엔, 1.6~
1.8마르크등의 환율대에서 움직이도록 한 미,일,독 3국의 묵인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묵시적"인 것이었지 결코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어느나라도 이를 지켜야할 책임도 의무도 없었다.

지난해부터 거론되고있는 목표환율대는 이를 국제적으로 공식화하자는
것이다.

특정환율이 목표범위를 벗어났을때는 시장개입이나 금리조정, 재정정책
변경등을 통해 범위안으로 집어넣자는 것이 목표환율대 설정론의 핵심이다.

환율변동범위는 중심(기준)환율에서 상하 10%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 브레튼우즈체제의 고정환율제에서 허용됐던 상하 1%로 되돌아가는
것은 변동폭이 너무 제한됨으써 각국이 이를 지키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유럽연합(EU)의 유럽환율안정장치(ERM)처럼 상하 15%로 벌려 놓으면
환율변동폭이 너무 커지기때문에 소기의 환율안정효과를 기대할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서 중심환율을 어떻게 책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이론적인 균형을 이루는 환율을
중심환율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대내적인 경제균형은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최대한 완전고용가까이로
도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외적균형은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적자를 그 나라경제가 감내할수 있을
정도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똑같아 지는 것을 뜻한다.

대내외적 경제균형에 근거한 중심환율과 이를 기준으로 목표환율을 정한
다음 물가변동에 맞춰 매달 혹은 분기별로 목표환율을 조정하는 것도 최근
일고있는 목표환율대의 주요내용이다.

전문가들사이에는 목표환율대를 느슨한(flexible) 형태로 하느냐, 엄격하게
(tight) 하느냐 하는 점에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느슨한 형태란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때는 환율이 목표대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고 엄격한 형태는 어떤 경우에도 목표대를 지켜야 함을
가리킨다.

지난해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기한 것은 느슨한 환율대였다.

이에대해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은 느슨한 환율대는
의미가 없다며 엄격한 목표환율대를 주장하는 대표주자이다.

목표환율대의 대상통화는 먼저 미.일.독 3국의 통화로 한정한 후 연차적
으로 나머지 G7국가들의 통화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목표환율대 설정은 과연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단지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해볼수 있는 정도이다.

G7중 일본을 빼고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국가가 없는 현실로
볼때 지난 73년 정식 도입된 변동환율제가 가까운 시일내에 준고정환율제로
바뀌기는 불가능하다.

최근의 환율불안을 달러위기가 아닌 엔위기로 규정하고 있는 미행정부는
목표환율대가 거론되고 있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목표환율대를 지키려면 인플레나 성장률등 국내사정을
접어두고 금리나 재정정책을 수정해야하는 부담때문에 일본의 제의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등 다른 국가들은 목표환율대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92년과 93년의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에서도 나타났듯이 설령 목표
환율대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환율안정의 효과를 제대로 낼수 있을지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따라서 목표환율대 문제는 일본측의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것 같다.

이번 워싱턴 G7재무회담에서 하나의 의제로 취급될 가능성은 있지만 진지한
검토나 합의는 기대할수 없다고 회담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