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21일 발표한 "수협중앙회 외환매매 부당취급조사결과"는
우리 금융기관들의 내부통제가 어쩌면 그지경까지도 허술할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심을 자아내게된다.

수협중앙회는 아래 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상부에서는
전혀 알지못했다.

또 뒤늦게 이를 알고도 분식결산을 하는등 사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직원들의 "한탕주의"와 임원들의 "무사안일"이 1백96억원이란 거액을
단숨에 날리게 만든 셈이다.

은감원은 이에따라 검사결과 드러난 이방호회장 고달익감사 정종민부회장
정철석신용사업본부장 김승열이사 권영두이사등 관련 임원들의 비위사실을
수산청장에게 통보했고 외환딜러인 이남열과장을 비롯 직원 6명에게
문책조치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했던 지난 89년 광주은행의 환투기사건때 행장
전무 상무등이 관련임원이 모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점을 보면 수협
임원진들도 상당수 경질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수협중앙회에 대한 은감원의 특별검사 결과
나타난 문제점은 크게 네가지로 살펴볼수 있다.

첫째 경영진의 관리감독부재다.

수협경영진들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국제영업부 외환딜러인
이남열과장이 거래전표를 작성하지도 않고 1억3천만달러 규모의
외환매매업무를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못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거액의 손실발생사실을 보고받고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한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채 딜러만 교체했다.

교체된 딜러 역시 규정을 벗어난채 외환매매거래를 지속했으나 경영진에선
이를 계속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들어서도 총규모 1억3천만달러어치의 현물환 및 선물환거래를
계속 끌고오다가 지난 3월말과 4월초 이를 모두 손절매해 1백96억원의
손해를 봤다.

둘째 외환딜링업무에 대한 내부통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수협중앙회는 선물환거래등 위험이 큰 외환매매거래를 취급하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두지않았다.

작년 6월 은감원의 정기검사때 지적을 받아 딜러당 거래한도를 3백만-5백만
달러로 제한하는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했으나 아무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세번째 문제점은 환거래손실을 감추기위해 분식결산을 하고 주요사항을
은폐한채 대차대조표를 공고했다는 점이다.

수협중앙회는 작년말 결산때 66억원의 외환매매손실이 발생했으나
오히려 20억원의 외환매매순이익이 난 것으로 계상,당기순이익이
13억원 발생한 것처럼 결산보고서를 작성했다.

게다가 연말대차대표 각주사항에 반드시 기재토록 되어있는 7천만달러의
선물환거래내역을 빼놓고 결산대차대조표를 공고하는등 총회와 관계기관에
이처럼 허위작성된 결산내용을 보고했다.

업무감사와 결산감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협중앙회의 감사 및 검사관련부서는 각부서업무와 회계검사를
연 1회이상 실시토록 규정(수협중앙회정관 68조)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93년 11월이후 국제영업부에 대한 업무감사는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또 작년말 결산검사때는 주요검사항목인 외화타점예치계정의 잔액대사,미달
환규모등을 파악하지 않아 외화자산을 가공계상하고 손실액 과소계상등
분식결산사실을 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수협에 대한 특검을 마친 은감원의 편원득부원장보는 "금융국제화가
진전되면서 선물환거래나 파생금융상품등의 거래가 점점 많아질
것에 대비해 금융융기관들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등 건전성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