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은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해서이다.

이탈리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가구수출국.

요즘들어선 더욱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80억달러로 93년보다 20% 늘었고 올핸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1일 까지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가구전엔 10만명이 넘는
각국의 바이어가 몰렸고 이미 상당수의 업체들이 올해 주문을 확보한 것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탈리아의 가구수출은 2위그룹인 스페인 독일 대만등보다 2~3배 많은
규모이다.

한국의 지난해 가구수출 1억5천9백만달러에 비해선 약 50배가 넘는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중소기업들로 이뤄진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놀라운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탈리아업체의 강점은 철저한 업종전문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우수한
디자이너등 3박자를 고루 갖춘데서 찾을수 있습니다"

감파올로 페레티 가구산업협회장의 설명이다.

이탈리아업체 가운데 종업원이 1백명이 넘는 업체는 비앤드비사등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종업원 20~30명의 중소기업이다.

가구산업의 메카인 메다지역에는 수천개의 업체가 밀집해 있다.

식탁의자및 소파를 만들어 연간 1천만달러이상을 수출하는 두비니사는
종업원이 30명이고 침대 장식장업체인 바르니니사는 40명 정도이다.

이들은 철저한 분업생산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으며 부품뿐 아니라
디자인도 하청에 의존한다.

대부분의 가구업체들은 3~4대이상을 가구산업에 종사해온 가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1백년이상을 한두가지 품목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기술에만 의존해 가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는 리소네 베네토 끄레모노등 지역별로 10개의 가구기술전문학교
가 있어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가구기술인을 길러내고 있다.

밀라노에서 동북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리소네에 있는 가구학교는 이탈리아
가구학교중 가장 규모가 크다.

총 5년과정의 이 학교엔 현재 1천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연간 학비는 18만원에 불과하다.

"교과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균형있게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론의 토대위에 실제 설계하고 나무를 잘라 작품을 만든뒤 장단점을
평가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이 학교의 꼬라레 교감은 디자인과 가공
도장등 전공정을 가르치며 구체적으로 침대 식탁 책장 소파등을 만들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실습장엔 컴퓨터설계장치 강도및 습도측정기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과학적인 가구제작기술을 가르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학생의 70%가 집안에서 가구업을 하고 있으며 아버지가
이학교를 나온 사람도 상당수라고 설명한다.

자식에게 가급적 자기 직업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한국의 기술인들과는
차이가 크다.

이들은 긍지가 대단하다.

자신들은 단순한 쟁이가 아닌 미를 창조하는 예술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구업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디자이너들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이미 세계시장을 평정했다는게 이탈리아 사람들의
주장이다.

몇년전까지 패션을 포함한 디자인시장을 파리와 양분해왔으나 이제는
밀라노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라노에는 가구만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해 기업체에 제공하는 디자이너가
수천명에 이른다.

밀라노에서 돌을 던지면 열번중 아홉번은 디자이너가 맞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자이너 천국이다.

이들은 세계 미술및 건축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쌓은 로마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에 걸맞게 업체와 협력,세계 가구시장석권의 주역을 맡고
있다.

뛰어난 손재주등 이탈리아와 비슷한 여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내수시장에만
안주,과당경쟁을 벌여 부도사태가 속출하는 한국기업들로선 이탈리아
가구산업에서 배워야 할점이 많은것 같다.

< 밀라노=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