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발표한 전국 66개 지방의회의 예산운용실태 감사결과는 한마디로
지방의회 의원들이 그간 주민들을 얼마나 기만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란 탈을 쓰고 무려 510억9,000여만원을
예산에 과다편성해 자기돈처럼 흥청망청 써왔음을 입증한다.

이는 주민의 혈세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지 여부를 감시할 의회의원
스스로가 자기 본분을 포기한 처사이며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 한통속이
돼 주민들을 우롱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특히 거의 모든 지방의원들이 선진자치현장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매년
해외여행을 즐겼다는데 거기서 무엇을 배워왔는지 묻고 싶다.

그간 지방의회 의원들의 작태가 여러 경로로 밝혀진바 있지만 이번 감사
결과에서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세금과 자기 돈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점에서 본다면 전남 여수시의회의 모범적인 예산운용사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감사대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함은 물론 부당예산집행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민들도 도덕성과 자질이 부족한 지방의회 의원을 뽑은데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에서 출마자들의 품성과 자질에
대해 보다 철저한 조사와 관심을 갖고 선거에 임해 주었으면 한다.

이혁진 < 서울 구로구 독산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