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협의 환투기사건이 터진직후 열린 국내 한 은행의 이사회에
외환거래를 담당하는 부장이 특별히 참석했다.

"우리 은행은 별 문제 없습니까"(행장) "전혀 문제 없습니다"(담당부장)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자신합니까"(행장) "딜러가 마음대로 자산을
운용하지 못하도록 2중,3중의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담당부장)

"딜러가 사고를 내겠다고 작심을 하면 사고가 날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행장)

"딜러 개인당 거래한도가 정해져 있고 또 일정비율의 손실이 나면 자동
으로 팔도록 되어있어 손실이 난다해도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담당부장)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위축되지 말고 그동안 하던대로 열심히 해주세요"
(행장)

이처럼 최근들어 은행등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최고 경영자들이
외환담당부서에 대해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 등락폭이 커지면서 리스크(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많은데다 1백71억원이란 거액을 날린 수협사건이 터져
"베어링은행의 파산"이 남의 일 같지 않은 탓이다.

"요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오히려 더 거래를 못할 정도"
라는게 금융기관 외환딜러들의 얘기다.

그러나 국제금융관계자들은 이번 수협사건이 외환거래에 대한 내부
통제가 허술했던 일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내부정비를 다시 하는
계기가 되어야지 자칫 정상거래까지도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기는 곤란하지만 정상적인 거래인 투자는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들어 달러당 엔값이 하루엔 4엔씩이나 떨어지는등 외환시장이
분명 정상은 아닙니다. 이럴때는 투기꾼이나 덤벼들지 정상적인
금융기관들은 나서는게 아니지요.

잠시 관망하면서 다음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될 때를 대비해 숙달된 외환딜러를 양성하는등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산업은행 심광수부총재보)

실제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환거래는 대부분 실수요에 따른 정상거래지
투기적 거래는 거의 없다.

전체 환거래중 투기 거래는 10%정도에 불과할 정도다.

딜러 한사람이 사고 팔수 있는 한도도 많아야 5백만달러이고 보통
2백만~3백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환율변동이 적은 원-달러거래때 적용되는 얘기지 엔-달러등
이종통화거래규모는 더욱 적다.

환거래 손실이 불어나는 것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대체로 투자금액의 3%정도,일부에선 1%의 손실만 생겨도 그자리에서
팔아야 하는 개인별 손실한도를 두고있다.

올들어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외국계은행들의
거래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국내 은행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은행들의 경우 투기거래가 거의 없어요. 고객들의 거래를 중계
해주는게 대부분이지요. 그러니 환율이 등락이 심하다해도 과잉반응을
보이지는 말아야 합니다. 실수요거래위주로 오히려 더 세심한 전략을
짜고 대처해야지요"(상업은행 백인기국제금융부장)

우리 금융기관들은 이처럼 아직 환거래등 국제금융시장에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초보운전"수준이다.

괜한 부담을 주면 오히려 실력은 늘지 않은채 사고발생률만 더 높아진다.

국제외환시장의 위기나 수협사건등으로 너무 위축되어선 이제 막
트는 싹이 꺽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수협사건에도 불구하고 다른 금융기관들의 외환거래에 대해
일제검사에 나서는 일을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국내
금융기관들의 파생금융상품등 국제금융업무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기때문이지요"(강신경은행감독원부원장보)라는 말은 그래서
다시한번 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금융시장개방에 대비해 선진금융기법을 익히는데 금융기관들이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