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관과 청운회계법인이 분식결산및 부실감사의 책임을 지고 공동
으로 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손실을 배상한 사실은 주식 투자손실에
대해 해당기업과 외부감사인이 배상을 해 주는 선례가돼 앞으로
증권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강관(관리인 이순국)과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인 청운회계법인
(대표 김상돈)은 지난달 22일 한국강관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던 김모씨등 투자자 15명 모두에게 2억3천1백만원
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또 투자자들은 이날자로 소송을 취하했다.

이같은 합의는 분식결산및 부실감사등의 사유로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영원통신사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사인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지난 91년 부도가 났던 (주)흥양을 비롯 신정제지 한국강관
영원통신등 4개사가 있다.

흥양의 경우 이미 최종심까지 끝나 1명의 공인회계사가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또다른 1명의 회계사와 회사가 7천3백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있다.

공인회계사에겐 회사가 외상매출금 31억원을 과대계상하고 어음차입금
3억원을 과소계상한 것을 회계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됐고
소송을 제기한 6명의 증권투자자에겐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증권투자에
나섰음이 모두 인정됐다.

이번 한국강관의 경우 총액 5백40억원의 분식결산을 감사인이 적발하지
못한 사실이 증권감독원의 감리에서 이미 밝혀졌다는 점에서 재판결과는
청운회게법인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예상되어 왔었다.

신정제지와 영원통신은 아직 재판에 계류중이며 투자자와 회계법인측이
치열한 법정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통신사건의 피고소인인 산동회계법인측은 공인회계사의 책임을
규정한 외부감사에 관한 93년당시 법률이 무과실 책임까지 포괄하고
있고 이는 과실 배상을 원칙으로하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원제기도 해놓은 상태이다.

현행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제17조에서 감사인의 과실에 따른
공동연대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해놓고 있다.

또 19조는 부실회계가 고의인 경우 징역 3년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2년 (주)흥양의 감사인에 대한 최초의 소송이 제기되기
까지만해도 이같은 외감법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

증권투자자들의 의식이 아직 미성숙 단계였던데다 회계보고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자체가 낮아 감사인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이번 한국강관의 경우는 특히 증권감독원도 피고소인이 되어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있다.

증권감독원은 회계보고서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감리권한을 갖는 만큼
증감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었다.

증감원은 현재 전체 외부감사대상의 약 10%에 해당하는 회계보고서만을
무작위 추출해 감리하고있을 뿐 대부분의 회계보고서는 감리에서 제외
되어 있다.

증감원은 전문인력의 태부족을 이유로 들고있지만 감리체계의 재정비도
더이상 미룰수만은 없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회계업계와 증권계는 최근 부도가 난 고려시멘트등에도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있다.

94년도분 감사보고서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거액의 대여금을 부실기재하고
있음이 증감원 감리에서 드러난 만큼 증권투자자와 금융계의 손해배상
요구가 있을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