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인 레오나르도 베네볼로는 1980년에 펴낸 역역서인 "도시의 역사"
에서 세계의 으뜸가는 도시모델로 고대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를
꼽았다.

그에 덧붙여서 그는 폴리스가 역동적이면서도 인정되어 있었고 자연과의
근화를 이루었으며 규모가 커진 다음에는 관리가 쉬운 형태로 성장했다고
평하면서 "이와 같은 특성때문에 그리스의 도시는 언제나 다른 모든 도시의
가치있는 본보기가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보았다.

베네볼로가 역설한 고대그리스의 폴리스는 날이 갈수록 거대화되어 가는
오늘날의 도시모습에 비추어 보다면 분명히 이상형의 도시일수밖에 없다.

자연과의 조화도 안정성이나 관리의 용이성도 모두 잃어버린 것이 거대
도시의 현주소이니 말이다.

폴리스를 모태로 오랜 세월에 걸쳐 성장해 온 아테네는 거래도시의
일그러진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는 가까운 본보기라 할수 있다.

433평방km의 넓이에 400만명의 인구와 그리스 공장의 60%가 몰려 있는데다
날이면 날마다 세계 곳곳으로부터 찾아드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거기에 낡아빠질대로 다 낡은 120만대의 차량들이 홍수를 이룬다.

이러한 환경이 찬란한 고대그리스문화의 중심지인 아테네를 유럽에서
둘째가라면 억울할 정도로 극심하게 오염된 도시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의 아테네가 과거의 아테네와 공유하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인 이름
뿐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의 사망자수가 비교적 공기가 맑은 날의 6배나 되고
해마다 100명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숨져갔는가하면 최근 들어서는 매연으로
인한 사망률이 하루마다 5%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문화유산 또한 최근 20~25년동안에 대기오염으로 손상된 정도가 과거
2,400년에 걸쳐 부식된 정도보다 크다는 추산이다.

아테네의 대기오염이 이제 죽음과 폐허의 사자로 눈앞에 닦아와 있음을
말해주는 중좌들이다.

아테네시당국은 급기야 극약처방을 내렸다.

81년이래 실시해온 격일제 차량운행으로도 상황의 악화를 치유하지 못한데
당황한 나머지 시내중심지 2평방km에서의 전면차량통금조치를 취한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으로서 도시의 이상과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
물려받은 것보다 더 크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물려줄 것"이라고
2,000여년전 선언했던 아테네시민들의 결의를 무색케 한 현대의 질병이다.

이것이 결코 먼 도시의 허구가 아님을 우리도 되새겨 보아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