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사건의 교훈] (2) 전문 딜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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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한번의 성공이 다음번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외환딜러들사이에 유명한 격언들이다.
이 격언이 암시하는 공통점은 "냉철한 사고 과감한 판단"이다.
그것이 딜러들의 기본이자 전부라고들 한다.
이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더 이상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게 딜러들의 얘기다.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던가,한 번의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과신한다든가,손실만회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딜러는
진정한 "전문가"로 부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순식간에 1백71억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수협중앙회의
이남열과장이나,지난 89년 광주은행 당기순이익(38억원)의 10배를 넘는
3백47억원을 까먹은 조마노씨나,10억달러(7천7백억원)이상을 들어먹어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리슨씨등은 진정한 프로딜러라고
말할수 없다.
문제는 현재 5백여명에 달하는 국내외환딜러들 대부분이 언제든지
제2,제3의 이남열과장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데 있다.
체계적으로 교육받아 전문딜러로 양성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은행분위기도 이들을 전문가로 양성하는데 인색하기만 하다.
따라서 "수협중앙회의 환차손사건을 계기로 전문딜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박용이제일은행상무)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의 딜러양성체계는 극히 원시적이었다.
대개는 일반 직원으로 들어온 사람중에서 자질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희망하는 사람을 선발,딜러로 양성하는게 고작이다.
양성과정은 이렇다.
일단 딜러로 선발되면 "주니어딜러-딜러-시니어딜러-췹딜러-트레저리
매니저"순으로 단계를 거쳐 올라간다.
주니어딜러땐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3~4년정도 딜러옆에서 딜링이 무엇이고 배팅방법이 어때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리곤 일정기간이 지나면 딜러란 타이틀을 단다.
이 때 비로소 자기가 임의적으로 배팅할수 있는 한도가 주어진다.
배팅한도는 대개 5백만달러정도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한도도 늘어난다.
이런 과정만 보면 딜러양성이 그리 엉성하다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대리로 승진하지 못하면 자기한도를
가질수 없다.
대리가 되려면 다른 분야의 직원들처럼 입행후 6~8년은 지나야 한다.
그러다보니 실제 배팅에 나서는 시기는 30대중반이 보통이다.
외국은행딜러들이 20대초반에 입문,30살을 전후에 은퇴하는 것과는
다르다.
외국은행에선 은퇴할 나이에 국내은행에선 겨우 올챙이 딜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판단력과 과단성에서 뒤질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속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은행들은 한참 딜러로 일할 시기에 영업점으로 발령을 내곤
한다.
순환근무를 위해서다.
그리고 빈자리는 한번 딜링룸을 거쳐갔거나 외환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메운다.
경력자라는 이유로다.
전문가라고 할수도 없다.
딜러로서 비전이 주어지지 않는것도 문제다.
전문직이라고는 하나 능력에 따른 성과급은 없다.
서울신탁은행이 원-달러딜러 2명에 대해 부분적인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시도단계다.
그러나 보니 딜러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영업점으로 나가려고
기를 쓴다.
그렇지 않으면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환거래란 개념조차 희박한 농.수.축협이나 지방은행에서
두드러진다.
한번 좋은 성과를 내면 능력있는 딜러라고 믿어버린다.
수협의 경우 5년 경력에 불과한 이남열과장에게 모든 외환거래를
맡기다 시피했다.
다행히 은행들은 최근 들어 전문딜러양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7명의 해외석.학사를 선발,전문딜러로 양성중이다.
올해도 13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상업은행도 이달초 6명의 해외석.학사를 전문딜러로 키우기위해
선발했다.
화려하고 생동감이 있어 대학생들에게 선망 대상인 외환딜러.
그러나 이들은 어떻게보면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외환업무를
떠받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상업.외환.국민은행들처럼 체계적인 전문딜러 양성프로그램을
갖추고 전문가를 기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게 수협사건을 보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
보장하지는 않는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외환딜러들사이에 유명한 격언들이다.
이 격언이 암시하는 공통점은 "냉철한 사고 과감한 판단"이다.
그것이 딜러들의 기본이자 전부라고들 한다.
이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더 이상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게 딜러들의 얘기다.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던가,한 번의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과신한다든가,손실만회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딜러는
진정한 "전문가"로 부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순식간에 1백71억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수협중앙회의
이남열과장이나,지난 89년 광주은행 당기순이익(38억원)의 10배를 넘는
3백47억원을 까먹은 조마노씨나,10억달러(7천7백억원)이상을 들어먹어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리슨씨등은 진정한 프로딜러라고
말할수 없다.
문제는 현재 5백여명에 달하는 국내외환딜러들 대부분이 언제든지
제2,제3의 이남열과장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데 있다.
체계적으로 교육받아 전문딜러로 양성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은행분위기도 이들을 전문가로 양성하는데 인색하기만 하다.
따라서 "수협중앙회의 환차손사건을 계기로 전문딜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박용이제일은행상무)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의 딜러양성체계는 극히 원시적이었다.
대개는 일반 직원으로 들어온 사람중에서 자질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희망하는 사람을 선발,딜러로 양성하는게 고작이다.
양성과정은 이렇다.
일단 딜러로 선발되면 "주니어딜러-딜러-시니어딜러-췹딜러-트레저리
매니저"순으로 단계를 거쳐 올라간다.
주니어딜러땐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3~4년정도 딜러옆에서 딜링이 무엇이고 배팅방법이 어때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리곤 일정기간이 지나면 딜러란 타이틀을 단다.
이 때 비로소 자기가 임의적으로 배팅할수 있는 한도가 주어진다.
배팅한도는 대개 5백만달러정도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한도도 늘어난다.
이런 과정만 보면 딜러양성이 그리 엉성하다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대리로 승진하지 못하면 자기한도를
가질수 없다.
대리가 되려면 다른 분야의 직원들처럼 입행후 6~8년은 지나야 한다.
그러다보니 실제 배팅에 나서는 시기는 30대중반이 보통이다.
외국은행딜러들이 20대초반에 입문,30살을 전후에 은퇴하는 것과는
다르다.
외국은행에선 은퇴할 나이에 국내은행에선 겨우 올챙이 딜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판단력과 과단성에서 뒤질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속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은행들은 한참 딜러로 일할 시기에 영업점으로 발령을 내곤
한다.
순환근무를 위해서다.
그리고 빈자리는 한번 딜링룸을 거쳐갔거나 외환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메운다.
경력자라는 이유로다.
전문가라고 할수도 없다.
딜러로서 비전이 주어지지 않는것도 문제다.
전문직이라고는 하나 능력에 따른 성과급은 없다.
서울신탁은행이 원-달러딜러 2명에 대해 부분적인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시도단계다.
그러나 보니 딜러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영업점으로 나가려고
기를 쓴다.
그렇지 않으면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환거래란 개념조차 희박한 농.수.축협이나 지방은행에서
두드러진다.
한번 좋은 성과를 내면 능력있는 딜러라고 믿어버린다.
수협의 경우 5년 경력에 불과한 이남열과장에게 모든 외환거래를
맡기다 시피했다.
다행히 은행들은 최근 들어 전문딜러양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7명의 해외석.학사를 선발,전문딜러로 양성중이다.
올해도 13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상업은행도 이달초 6명의 해외석.학사를 전문딜러로 키우기위해
선발했다.
화려하고 생동감이 있어 대학생들에게 선망 대상인 외환딜러.
그러나 이들은 어떻게보면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외환업무를
떠받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상업.외환.국민은행들처럼 체계적인 전문딜러 양성프로그램을
갖추고 전문가를 기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게 수협사건을 보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