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본사의 임원회의엔 "벽안"의 두사람이 참가한다.

미주지역본사 사장인 마이클 슐호프이사와 유럽지역본사 사장인 쟈콥
슈무클리이사가 그들이다.

서양인이 일본기업의 본사임원이 되는 것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슐호프이사는 물리학박사(브랜디스대)출신으로 74년 소니에 입사했다.

슈무클리이사는 취리히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통신회사인 GTE등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다 75년 소니독일현지법인 사장으로 옮겼다.

이들은 소니그룹에 합류한지 14,15년만인 지난89년 나란히 본사임원으로
선임됐다.

미주지역본사 사장인 슐호프이사는 지난88년 미국 CBS사의 레코드부문
매수(현 소니 뮤직 인터테인먼트)와 89년 컬럼비사영화 매수(현 소니
픽쳐스 인터테인먼트)에 깊이 간여했다.

슐호프씨는 현재 소니 뮤직 인터테인먼트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레코드회사로 정평이 날 정도 수익성이
좋아 여기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영화부문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소니의 차세대 제품전략인 오락과 전자기술의 결합을 뒷받침하기 위해
음악 소프트 영상소프트 게임소프트의 개발 및 자산 축적에 주력하고 있다.

이 세가지 부문의 미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가 소니 소프트웨어로
슐호프이사는 이회사 사장직도 맡고 있어 소니의 멀티미디어분야의 차세대
제품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두사람의 본사임원이 소니 세계화전략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현지를 중시하는 "Global Localization"이 소니의
세계화전략이다.

이 기본방침은 지난88년 미국 코네티커트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톱 미팅
(ITM.해외판매자회사 최고경영진이 모이는 전략회의) 제7차 회의에서
정해졌다.

이 회의에서 모리타 아키오 전임회장은 "지구적인 시야를 가지고 지역에
밀착해서 행동하자"는 취지에서 이 방향을 제시했다.

소니는 해외진출시 철저히 현지화를 추진하면서 현지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지사정은 현지인이 가장 잘 알고 이들을 철저히 "소니맨"으로 만드는
것이 세계화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소니는 해외진출 초기부터 최고경영자로 현지인채용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글로벌기업으로서 세계각국의 인력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결과 20년이상 소니에서 근무해 온 현지근로자들도 많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해외거점의 사장은 현지인이다.

조직 관리측면에서 현지법인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제품개발부문에서는 본사의 사업본부(컴퍼니라고 부른다)가 주도
한다.

세계각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수있는 글로벌 제품의 개발에 주력해
기술에서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다.

관리의 분권화와 제품의 통합화라는 서로 상반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본사를 활용한다.

미국과 유럽에 지역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은 본사와 현지거점간의
매개역을 담당, 본사가 세계적인 관점에서 각 현지거점의 업무를 조정.관리
하는데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역본사는 각 현지법인에 대한 정보 회계.재무 법무등의 간접업무를 지원
하는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본사는 또 M&A(기업매수합병)를 포함한 신규 비즈니스를 폭넓은 시각
에서 창출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