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현 < 전경련 상근부회장 >

최근 일본 미쓰비시 은행과 도쿄은행의 합병소식이 국내 금융산업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시급한 과제르는
논의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은행이 예정대로 내년 4월 합치면 총자산 72조엔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글자그대로 "수퍼뱅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규모는 미국 최대 은행인 시티뱅크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갖는 더 큰 의미는 단순히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실현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뒤떨어진 수익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는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역시 현실적으로 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절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럴만한 당위성도 충분히 있지 않은가.

우선 금융부문이 실물부문보다 크게 낙후되었다는 현실인식에서 부터
내형화의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전경련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에서 세계확전략을
발표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금융의 애로가 기업세계화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한데서도 이를 잘 알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과 자산규모를 늘려 왔으나, 아직
미국은행의 4분의1, 일본의 10분의1에 불과한 영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산규모가 큰 2개의 은행을
합하여도 세계 100위에 들지 못하며, 4개은행을 합해도 50위에 들지 못한다
고 하니 우리 금융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외소한지를 알수 있을 것이다.

은행의 경쟁력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선진국
이 평균수준에 미달하고 있는 현실이다.

개방화와 함께 대자본과 선진기법을 앞세운 외국은행들과 국내은행이 경쟁
을 하고 여기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가일층 높여가기 우해 대형화는 초견의
급무가 아닐수 없다.

다행히도 은행산업의 대형화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넓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 은행의 대형화를 위해 점검되어야할 과제로서는 다음의 몇가지를
지적할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은행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들수 있다.

그동안 은행이 실물부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된 주요요인도 지난날 오랜
기간동안 정부의 간섭에 의해 기업성에 입각한 자율경영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다는 점에 있다.

은행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공공성이 강조돼
자기책임하에 경영합리화나 구조개선을 추진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랐었다.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고 타은행과의 합병이라는 막중한 사안이 생길때
신속하고도 책임있는 결정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주인있는 은행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실정이다.

둘째 은행의 합병과 대형화는 은행간의 자율적인 노력외에도 정부의
정책적 여건조성이 긴요하다.

정부도 이미 신경제5개년계획의 금융개혁안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 세정을 통해 어느정도 은행대형화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
했다고 볼수 있으나 은행증자 합병등에 대한 절차간소화 합병에 대한 지원
확대등 구체적인 은행대형화유도방안이 더 다듬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은행의 합병결정에도 일본 은행산업의 경쟁력강화와 부실채권
문제의 해소를 절감한 대장성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
이 되어야 할것이다.

셋째 합병으로 발생될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사전 면밀한 대비가 요청된다.

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는 피할수 없는 과제이나 합병으로 인한 이직
인력 기업문화의 상호충돌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해소해 나가야할 쉽게 간과할수 없는 중요과제의 하나이다.

과거 서울신탁은행의 합병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례를 보면
합병을 위한 사전 조정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을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개방과 자율화 과정에서 대내외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처하여 경쟁력의 향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비단 금융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자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형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제고의 절박성이 있는 것이다.

이제 은행도 부실화되면 도산될수 있다.

최근 예금보험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실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외국 대형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대비하여 우리
은행들은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다.

이런점에서 이번 일본의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 합병으로 탄생하게 될
"슈퍼뱅크"출현은 우리 금융산업이 "해야할일"을 면밀히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