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한간 변경(국경)무역은 한국과의 대치상황이 계속되는한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육상출구에 속한다.

따라서 이곳은 북한의 개방전략 또는 그와 관련된 움직임이 가장 잘 포착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두나라간 변경무역은 양국 주민들간에 한정된 품목과 금액범위내
에서 "바터무역"의 형식으로 상품교환을 하던 과거의 물물교환형식에서 점차
초보적인 단계의 무역합작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점은 90년대 양국경제관계의 가장 큰 변화였던 경화결제방식의 적용과
직결된다.

"실제 북한과 접경해 있는 중국의 성은 요녕성과 길림성이다. 중국내
조선족 2백만명중 80%의 인원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동질감을 느끼므로
거래빈도가 높을수 밖에 없다. 혈연 지연의 유대란 쉽게 끊어질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조우종 효성물산 북경주재부장)

중국이 최근들어 경화결제를 요구할때마다 북한측은 "변경무역 확대및
중국지방정부와 북한정부간 관계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의 변화는 거역할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이 있다.

그럴바에야 실리를 우선하는 접근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중국으로서도 길림성과 같이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선 인근
지역과의 유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생산품 가운데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현저히 국제경쟁
에 뒤질 경우 변경무역이란 거래의 방식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소비재를 중심으로한 부족물자중 가격이 저렴한
중국 상품은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이종식 한일합섬 북경지사장)

두나라간 변경무역이 활성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지난93년 8월에는 길림성 성장이 북한을 방문, 접경지역인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책임자들과 변경무역 구상무역등 경제합작문제를 심도있게 논의
했고 10월엔 평양에서 중.북한간 변경무역활성화를 골자로한 "경제무역협조
의정서"가 조인됐다.

이와 때를 같이해 남포시 경제무역단이 연변조선족 자치주 정부를 방문,
두 도시간 경제무역및 합작증진에 대한 협의를 했다.

이러한 중국지방정부와 북한정부간 경협논의는 94년에도 이어져 길림성
대외무역대표단을 중심으로한 각 성의 중국전업외무공사들이 북한 국제무역
촉진위원회의 초청으로 7~8월에 걸쳐 북한을 방문, 9천5백70만달러규모의
무역합의를 했다.

이밖에도 북한의 라진 선봉시가 중국의 혼춘 도문시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체결, 훈춘~새별간 1일 관광코스, 훈춘~새별~나진으로 이어지는 2일 관광
코스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생필품의 50%이상, 생필품 원료의 70%이상을 소규모 지방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지방기업들의 영세한 생필품 공급능력 보충을
위해 중국 지방정부와의 관계확대가 필연적일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의 변경무역은 주로 두나라간 필요물품을 품목과 금액의 제한
없이 물물교환 중심으로 하며 일부 특정상품(가전제품 승용차 오토바이
담배 음료 화장품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입관세의 50% 감면혜택을 부여
하고 있는 상황이다"(조현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소장)

또한 변경지역의 특색을 이용한 "밀무역"도 빼놓을수 없다.

밀무역의 대상물품은 주로 자동차다.

지난해 북한의 대일본 승용차수입이 8천9백89대로 이들중 대부분이 중국
으로 반출됐다.

"실제 중국의 자동차수입은 주로 조총련계 에이전트가 중고자동차를 수입
하여 일본 니가타에서 선적, 북한당국의 중계밀무역에 의해 청진항으로
하역된뒤 중국으로 반입되므로 중국측의 공식통계에서는 정확한 수치가 없는
것이다"(송훈천 현대자동차북경지사장)

중국과 북한의 경협에서 차지하는 변경무역의 위상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의 경제적 비중이 상당함에도 사회간접자본 미비, 자본부족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고 더욱이 동북의 창구인 대연항이 포화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중.북한간 변경의 개발은 절실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중국과 북한은 모두 변경무역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결제방식의 문제, 교역상품의 질적저하, 개발에 따른 막대한
자금수요, 교역중에 자주 벌어지는 분쟁현상등은 여전히 커다란 장애요인
으로 남는다.

< 북경 = 최필규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