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욱진화백(1918~1990) 5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대규모
회고전이 4일~5월14일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또 전시회에 맞춰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장화백의 목판화 "선"시리즈가
화집으로 제작돼 12~22일 강남구 청담동 신세계 가나아트 (514-1540)에서
전시된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등과 함께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장화백은 40년과 44년 선전에 입선, 화단에 데뷔했다.

54년부터 60년까지 6년동안 서울대교수를 지낸뒤 작고할 때까지
30여년동안 어떤 직업도 갖지않고 오직 작품에만 몰두했다.

"천진난만한 동심의 작가" "토속미와 향토성짙은 한국적인 작가"로
불리는 그는 엄격하고 치열한 작가인식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회화의
세계를 구축, 생전에 대가의 자리를 굳혔다.

이번 회고전의 출품작은 "진진묘" "길" "새와 나무"등 200여점.

호암미술관소장품과 유족및 공.사립미술관, 개인이 소장해온 유화
150점과 먹그림등이 망라됐다.

유화중에는 60여점에 달하는 미공개작이 포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유화외에 먹그림 매직화 도화 돌그림 표지화 삽화, 석조각등 그간
쉽게 볼수 없던 작품들이 공개돼 장욱진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조감해
볼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대 김형국교수는 "장욱진의 모든 것을 볼수 있는 전시가 될것"
이라고 말하고 "동심과 기벽, 기행으로 점철된 인간 장욱진이 아니라
서양미술유입기에 자기세계의 완성을 위해 깊이 고민했던 화가로서의
장욱진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가나아트에서 전시될 선시리즈 목판화집은 독실한 재가불자였던
그가 생전에 판각을 완성해 두었던 것.

소호 김철순이 한국의 선사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판화집을
구상하면서 "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 21개를 정하고 장욱진에게
의뢰하자 흔쾌히 승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73~75년 50여점의 밑그림을 그려 이가운데 첫장에 쓰일 1장과 중계
3장등 모두 25장을 골랐으며 김영균에 의뢰, 정선된 피나무판각을
완성했다.

장화백은 이 판화집을 곧 발간하려 했으나 당시 판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낮아 못하고 90년 다시 출간을 준비하던중 별세했다.

따라서 이 판화집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가 이번에 햇빛을 보게된 셈.

이 판화집은 복제를 막기 위해 작품왼쪽 아래부분에 에디션표시를 하고,
오른쪽 아래에 생전에 쓰던 인장으로 낙관을 했다.

또 위조를 막기 위해 " UC-GANAGRAPIC "이라는 보증압인을 했다.

제작을 끝낸 86장의 원판은 장욱진기념관에 영구보존된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