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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칼럼] 우리 문화/남의 문화..이성미 <정신문화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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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최근에 우연히 강화도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 강화성당을
    방문하게 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84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하나 원래는 1900년에 건립
    되었다고 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한국의 절,또는 궁궐등에서 볼 수 있는 순수 한국식
    목조 기와건물이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무척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설명인즉 당시 한국 포교활동의 주역이었던 영국인 주교가 한국인들이
    되도록이면 새로운 종교에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순한국식
    건축양식을 빌려 교회를 짓도록 하였다고 한다.

    즉 초기 기독교 교회 건축에서 시작된 명치( clerestory )의 구조를
    그대로 적용시키면서 한국건축의 모습을 살린 교묘한 절충양식이다.

    기독교 건축의 전통과 채광의 수요를 동시 충족시키면서 한국 신도들에게
    제 집에 온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한 배려의 결과이다.

    거의 같은 시기(1898)에 서울 명동에 우뚝 솟게 지은 고딕양식의
    명동성당과 얼마나 큰 대조인가.

    생소한 고딕식 건물의 내부에서 역시 생소한 천주교의 교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내집같은 강화 성공회 성당안에서는 교리에 더 쉽게
    감화되었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순수 민간단체의 주최로 한국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노력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되었던 "코리아 페스티벌"은 한 좋은 예이다.

    이 행사중 미국 각 도시를 순회하며 여러번 공연되었던 "은율탈춤"이라는
    것이 있었다.

    한국사람들의 구수한 정서나 남녀관계를 해학적으로 묘사한 탈춤으로
    평가되어 선정된 듯하다.

    그러나 극중에 공공연히 곱추를 멸시하는 장면이 있어 필자는 미국인들과
    같이 이 공연을 보며 무척 안쓰러움을 느꼈다.

    지금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으나 병신을 업신여기는 우리나라 과거 문화의
    한 단면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장면을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많은 사회적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보았을까.

    현재 국내외에 널리 소개되는 사물놀이의 경우도 언제 어떻게 공연되는
    것이 바람직할까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명나는 한국의 율동"이라고 할수있는 이 공연예술도 그 의도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려면 야외에서 공연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들판에서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누는 농악을 토대로 한 사물놀이는
    아마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일요일 낮에 놀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연되었을때 그 "신명"의 효과가 1백%일 것이다.

    그러나 교향악 실내악 등의 연주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닫힌 공간에서의
    공연이 과연 외국의 청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것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널리 통용되는 사전은 "문화"란 "학문 예술 종교 도덕등 인간의
    내적 정신활동의 소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영어의 " culture "라는 개념에는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이라든지 "지적 또는 미적 감각의 훈련을 통하여 습득된 높은 수준의
    의식"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은 보다 나은 것을 향하여,또는 이미 있는 것을 배양하고 계발
    되야 한다는 노력이 더욱 부각되는듯한 인상을 준다.

    있는 그대로의 민족적 감정의 표현 역시 문화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수
    있으나 적어도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려면 우리의 것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남에게 강요하는 것 보다는 우선 외국인들이 무리없이 받아
    들이고 흥미를 느낄수 있는 문화,예컨대 순화된 민족정서의 표현인
    상층문화의 정수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다른 범주의 문화 소개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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