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이봉구특파원 ]북한과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에 물꼬를 트기 위해
평양을 방문중인 일본 연립여당 방북단과 북한 노동당은 30일오후 "북한-
일본 수교회담 재개를 위한 합의서"에 조인했다.

양측은 합의서에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조기 정상화하는데
노력한다"고 선언하고 "전제조건 없는 협상 재개"를 각각 정부에 촉구하기
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92년11월 제8차 회담을 끝으로 2년반 가까이 중단된 양측
국교정상화 회담이 빠르면 4월,늦어도 5월경에는 재개될 것이라고 교도통
신등 일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양측은 합의문 마련을 위한 실무회담을 열었으나 "전후 45년간 보상"
을 명기한 지난 90년 자민-사회-노동당 공동선언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
지와 북한핵개발,이은혜(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인 일본어교사)문제등
을 놓고 이날 새벽까지 진통을 겪었다.

양측은 서로 의견을 조정해 애매한 표현으로 견해차를 극복했으나 이같은
시각차로 인해 정부간 협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북한핵
문제가 걸려있어 수교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합의서는 전문에서 "3당공동선언 채택에 따라 그동안 8차례의 회담이 열렸
다"고 지적함으로써 3당선언을 "역사적 사실"로 치부하려는 일본측 의사가
반영됐다.

그러나 일본측이 제시한 "새로이 협상을 시작한다"는 표현 대신에 "다시
제9차회담을 행한다"는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북한이 3당 공동선언을 들고
나올 소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합의서에는 또한 북한측이 정부간 협상에서 일본측이 핵의혹과 미-북한
합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 주장한 "자주""독자"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한편 자민당은 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부총재를 한국에 파견해 한.미.
일 공조체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