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핵심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경쟁사로 이직했을 경우 그 영
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할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 50부(재판장 권광중부장판사)는 28일 한일그룹 계열사로아크
릴사 원료인 AN(아크릴로니트릴)모노머를 생산하고 있는 동서석유화학이이
회사 전기술부장 신모씨(울산시 남구 신정4동)와 신씨를 스카우트한 태광산업
을 상대로 낸 "전업금지및 영업비밀 침해행위금지 가처분신청"에서 "피신청인
은 신씨로 하여금 AN모노머의 제조.판매및 보조업무를 하게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씨가 태광산업의 AN모노머 제조.판매업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지 않고서는 신청인인 동서석유화학의 영업비밀이 보호될 수없
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씨가 맡을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상에 명
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AN모노머 제조업에 신규로 참여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으머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을 통해 직원들로부터 "영업비밀 준수"의 서약서를 받은 만큼 신청인이 보유
중인 비밀은 현재의 비밀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경쟁사의 노하우를 빼내기 위해 스카우트한
인력이 자신의 기술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의 불법 인력스카우트를 사실상 금지시킨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핵심영업기술을 보유한 채 다른 회사로 전직한 사람이 관련업무를
담당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헌법상의 직업 선택의 자유"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영업비밀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동서석유화학은 지난 72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AN모노머를 제조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태광산업이 "미 몬산토사로부터 제조기술을
도입해 이 제품 생산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고 뒤이어 같은해 11월
신씨가 돌연 갑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태광산업으로 옮겨가자 이같은
신청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인력스카우트를 통해 경쟁사
고유의 노하우를 빼낸 뒤 이를 자사제품 생산에 이용한 (주)마이크로
세라믹스사에 생산금지 판결을 내렸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