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리랑본드의 발행을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은행등
금융계는 골치아픈 모습이다.

ADB가 추진하는 아리랑본드가 기본적으로 명분과 실리의 저울질을 강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관이 최초로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하는 것인 만큼 증권사들 입장
에서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주간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사조건제시를 요구받은 7개증권사중 대우 럭키 쌍용 삼성 산업 제일
등 6개 증권사가 의향서를 제출한 것도 최초로 발행되는 아리랑본드의
주간사가 된다는 명분을 중시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간사를 맡게 되면 상당금액의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국내금리와 국제금리의 격차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표면금리를 12%정도 책정
해야 인수단을 거쳐 채권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조달금리인 리보(Libor:런던 은행간 단기금리)금리는
국내금리보다 크게 낮다.

6개월금리가 6.475%정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ADB는 리보금리보다도 0.2%낮은 금리에서 발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최초로 외국기관이 발행하는 원화표시채권의 주간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외금리차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지만 가능하다.

ADB가 1억달러를 조달하면서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하지만 가져가려는
자금은 원화자금이 아니라 달러자금이다.

이에 따라 주간사가 되고자 하는 증권사는 통화와 금리스왑을 걸어줄
은행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대우증권과 제일은행,삼성증권과 외환은행,
산업증권과 산업은행,럭키증권과 신설S은행이 아리랑본드발행의
주간사와 스왑은행으로 짝짖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정에서 은행들은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최초로 원화표시채권발행의 주간사가 된다는 것에 부여하는
의미에 비하면 스왑은행이 된다는 사실은 은행입장에서 별 게 아니란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금리차이에서 생겨나는 예상되는 손해를 증권사들이 대부분
떠맡는다는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있다는 관측이다.

주간사조건제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동서증권은 예상되는 손해가
너무 크고 스왑은행을 끌어들이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사조건제시를 요구받은 증권사들은 리보금리보다 0.2%낮은 수준
에서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증권이 리보금리에서 0.15%,삼성증권이 0.125-0.2%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산업증권은 6.43%정도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ADB는 어느경우가 됐든 원하는 금리(리보-0.2%)수준에서 1억달러를
조달할게 확실시된다.

의향서를 제출한 증권사들은 주간사로 확정된 이후에도 약간의 금리
조정이 가능하고 스왑은행들도 원화를 가지고 운용을 하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를 찾는다면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있다.

시각을 넓혀보면 ADB의 아리랑본드발행은 한국의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가입과도 얽혀있는 문제다.

정부는 OECD가입을 위해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가입을 위한 계단을
밟는 과정에서 외국기관의 원화표시채권발행경험을 갖는 것이 대외이미지
관리에도 유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한후 달러화를 조달해가는 과정이 원화의
국제화에 얼마만큼 밑거름이 되며 주간사를 맡게 된다해도 해당증권사가
어느정도 이미지제고를 할 수있을지 "실속없는 장사"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박재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