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

[[[ 자동차 ]]]

한국 자동차산업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왔다.

100% 국산차가 생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수입이
쏘나타 6만여대에 상당하는 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대일 의존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업계는 내수신장률의 둔화와 수입차시장 개방으로
수출을 통한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저가격과 품질로써 중.소형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현재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가격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일본에 뒤지고
있다.

기술력 생산성 품질에서의 열위는 물론이고 판매망 수는 일본 업체들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격경쟁력은 낮은 인건비와 엔화 강세에
의해 유지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한일 경쟁구조하에서의 엔화 강세는 한국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일본의 시장을 잠식하는 순기능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더이상 어려운 상황이다.

엔화강세로 인한 소형차 시장에서의 공백을 미국업체들이 차지하기 시작
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일본의 loss =한국의 gain"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95년1월 현재 새턴과 네온은 엘란트라에 비해, 포드의 컨퉈(Contour)는
쏘나타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에 있다.

한편으로 일본 업체들도 사활을 걸고 엔고에 대응하고 있다.

부품의 해외 발주를 늘리고 있으며 선진국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현지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가격 시장을 재탈환하기 위하여 부품수를 줄인 저가 승용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일본업체들의 엔고 극복 전략에 적절히 대처
하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한국자동차가 설 자리는 없게 될 것이다.

선진국 이상으로 가격및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외에는 방도가 없다.

이런 가운데 다행히도 최근의 엔고 현상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엔고로 인하여 한국산 부품의 수입을 늘려온 일본 업체들이 자국생산을
고수하던 부품들을 해외에서 생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로서는 기술획득의 호기가 아닐수 없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하여 세제와 금융, 그리고 공장 부지 조성등의 해외
투자유인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사 안정과 품질에 대한 신뢰감도 줄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대한 노력도 더욱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선진국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통하여 우리자동차산업은 한단계 더 발전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