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아니면 보급형 저가제품으로 시장을 2분해 공략하라"(LG전자.
바이폴라작전)
"세계 최고제품으로 정상을 확보한다"(삼성전자.월드베스트 전략)
"소비수요가 가장 폭넓은 중간제품 시장에 무게중심을 맞춰라"(대우전자.
미들엔드전략)

가전 3사가 최근 특색있는 타깃 마케팅( targetted-marke ting )을 다퉈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요 공략대상 소비자시장을 차별화해 여기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타깃 마케팅을 가장 먼저 선언하고 나선 기업은 삼성전자다.

지난해초 그룹차원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질경영"에 맞춰 세계 유수기업
들과 당당히 맞겨룰 수 있는 최고급제품을 지향한다며 "월드 베스트"전략을
표명한 것.이에따라 작년8월 화면평평도를 높이고 특수 LNA(수신감도
증폭장치)칩을 내장해 화질과 음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명품TV"를
선보였다.

이달초에는 가전분야 "명품 2호"로 2개 채널을 똑같은 크기의 화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더블와이드TV를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가격이 종래의 동종 상품에 비해 평균 20만~30만원
비싸게 책정됐다.

삼성은 각 품목별로 "월드베스트"시리즈 제품을 한개 이상씩 선보인다는
방침아래 세탁기 냉장고 VCR등 각 사업부별로 전담 개발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의 "월드 베스트"전략에 맞불을 지핀게 LG전자의 "바이폴라
작전"이다.

최고급 제품과 최저가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내걸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2원론적 마케팅전략이다.

올초 이헌조회장이 새해 경영목표를 밝히면서 구체화됐다.

LG는 그 첫번째 대상으로 전자레인지를 택했다.

작년하반기 대당 50만원을 넘는 "인공지능 오븐레인지 스페셜"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2월 11만원대의 전자레인지를 내놓은 것.기본
기능은 똑같은데도 이처럼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부대기능의
유무에 따라서다.

LG는 이에 이어 TV와 VCR에도 같은 전략을 적용키로 하고 최근 동일
인치(기종)이면서 대당 가격이 30만-40만원 차이가 지는 제품을
동시 출하한다는 목표아래 개발을 진행중이다.

LG전자의 "바이폴라"와 정면으로 대칭되는 것은 대우전자가 표방하고
나선 "미들엔드( middle-end )전략"이다.

제품의 부대기능보다는 기본 기능을 충실하고 튼튼하게 한다는
"탱크주의"를 구체화한 것.
지난 2월말 투자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R(기업 투자설명회)"
에서 공식 선언됐다.

양재열대우전자 사장은 "세계시장을 하이(high) 엔드. 미들 엔드.
로(low) 엔드등으로 3등분할 때 하이엔드와 로엔드시장은 각각 10-15%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70~80%의 가장 폭넓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들 엔드시장을 집중 공략해 세계 정상의 종합가전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3사는 이처럼 개성있는 전략을 대대적인 광고공세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방향이 분명한 월드베스트의 삼성전자나 미들엔드의 대우전자가
각각 "명품"과 "탱크주의"를 사실상의 기업 펫네임으로 삼아 광고문구로
애용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차별화된 것 같은 3사의 전략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도착점은 한가지다.

마켓 셰어를 최대한으로 넓혀 치열해지고 있는 가전대전에서 확고한
승자의 위치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들 3사의 마케팅전략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크림
스키밍( cream-skimming .좋은 곳 차지하기)의 일환일 수도 있다.

잠재수요를 자극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3사의 이같은 차별화된 타깃 마케팅이 실제의 시장경쟁에서까지
차별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3사가 냉장고시장을 놓고 약속이라도 한듯 이전투구 양상의
"육각수 물전쟁"을 치른 게 대표적 양상이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