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학생들의 역사교육과 역사의식의 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원칙적인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논문이 나왔다.

서울시립대 정재정교수는 24-25일 현대일본연구회(회장 유근호.
성신여대교수)와 삼성미술재단이 공동주최한 "21세기 한일관계국제학술
대회"에서 "역사교육과 역사의식의 한일비교"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정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모두 상대방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지나치게 자국사 중심이거나 중국사,서양사 중심이다"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한.일 양국 학생들은 상대국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거나 그릇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정교수가 일본측 관련학계와 공동으로 91년 5월부터
8월까지 한.일 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논문에 발표된 설문조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것에 대한 생각"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물어본 결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에 대해서는 한국학생들
대다수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또는 "불충분하다"고 대답한 반면
일본학생들은 "약간 하고 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식민지 지배에대한 보상"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학생이 "크게 방해했다"라는 반응이 가장 많은 반면 일본학생은
"모르겠다"가 가장 많았고 "조금은 공헌했다"도 상당수 나왔다.

"역사적으로 본 상대국의 이미지"를 묻는 항목에서 한국학생들은
대체로 일본국민이 민족의식, 단결심, 침략성, 주체성, 경제관념,
외래문화의 섭취능력 등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문화의 창조성,
문화의 수준은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학생들은 대체로 한국국민이 민족의식, 단결심, 문화의
창조성, 주체성, 문화의 수준 등은 높다고 생각하지만 외래문화의
섭취능력, 경제관념 등은 낮다고 평가했다.

"남북한 통일에 대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는 한국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엄격한 태도를 보인 반면
일본학생의 대부분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교수는 이러한 수치들이 한일 양국의 학생들 사이에 상대국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나 불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학생 대부분은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해 적극적.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후의 한일관계로서 바람직한 것"에 대해 한국과 일본 학생
대다수가 "이익이 되건 이익이 되지 않건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이밖에 "한일 양국 학생들이 역사지식과 역사의식을 습득하게 되는
통로"를 조사한 결과 상대국에 대한 역사지식은 대체로 학교교육을
통해 축적하고 상대국에 대한 역사의식은 언론매체를 통해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교수는 따라서 한일간의 상호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