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후발은행인 보람은행이 처음으로 고금리상품인 "프리미엄
통장"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금리파괴경쟁열기로 금융계가 후끈 달아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은행이 너나할것 없이 "금리파괴"니 "금리세일"이니 하는
광고문구를 내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금리파괴경쟁은 어찌보면 콜롬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것이다.

더많은 이자를 주는 곳에 자금이 몰리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에는 항상 먼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화제의 인물이 있기 마련
이다.

보람은행 고객업무부의 신상품개발담당 노용식과장(39세)이 그 주인공.

노과장으로부터 금리파괴상품개발배경과 최근 동향및 전망을 들어보았다.

-처음 개발한 금리파괴상품은 어떤 것인가.

"지난해 12월15일부터 2개월간 판매된 프리미엄통장이다.

상호부금의 한 종류인데 2년제에 연30%수준의 금리를 보장한다고
내걸었었다.

당시 회사채수익률이 연13.5-13.8%수준에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은행상품
으로는 파격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해준 것이었다"

-첫 금리파괴상품의 판매결과는 어떠했나.

"프리미엄통장은 5백70여억원이 판매됐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인 투자
메리트가 희석됐다.

그러나 후속으로 개발한 프리미엄신탁에 지난달15일부터 2천2백억원이
유입되는등 모두 4천1백억-4천2백억원가량의 자금이 우리은행 금리파괴상품
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된다"

-어떻게 이같은 고금리상품을 개발할 생각을 했나.

"지난해 상품개발에 착수할 당시는 이미 12월1일부터 3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된다고 예고된 상태였다.

3단계금리자유화는 대부분의 여신금리와 1년이상 수신금리를 자유화하는
것인 만큼 상당부분이 규제에서 풀려나게 되고 금융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다른 은행들도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으나 대체로 8.5-9%였던
정기예금금리를 10%나 11%선으로 올릴 것을 검토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그정도의 금리상승으로는 금융환경변화에 대응할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당시 금융시장상황은 한국통신주식입찰이나 중소기업은행주식공모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자금시장을 교란하는등 상당히 많은 투기성부동자금
이 고금리를 쫓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2금융권과 경쟁할수 있는 획기적인 고금리상품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배겨날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금리파괴 상품을 개발하게 된것이다"

-구체적인 개발과정은.

"우리 은행은 투금사에서 전환할때부터 제2금융권출신답게 신기법을
도입해 기존 은행을 자극하고 은행권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를 위해 미국 전문용역기관의 자문으로 소매금융을 전담하는 미국의
지방은행인 뱅크원과 와코비아, 포루투갈의 상업은행인 BCP등과 같은 은행을
일찍부터 연구했고 경영진들이 이들 은행을 둘러보기도 했다.

프리미엄통장판매시 당시 실세수익률에 버금가는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됐었다.

그러나 금리상승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게 섰기 때문에 강행하게 됐다"

-다른 은행들도 금리파괴상품을 많이 내놓았는데.

"솔직히 말해 단순히 금리세일이라고 모두 금리파괴상품이라고 볼수없다.

정확한 시중금리전망과 시장조사 그리고 자산부채종합관리(ALM)능력에
따라 고객에게 최대한 높은 이자율을 주는 것이 금리파괴다.

그러나 능력도 못미치면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은 단순세일에 불과하다.

백화점에서 세일하는 것과 프라이스클럽같은 할인판매점에서 원가를
줄여서 싸게 파는 것은 틀리지 않나"

-금리파괴경쟁의 전망은.

"세일기간이 끝나더라도 금리경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금융기관들의
능력에 따른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다.

지금은 금리경쟁이 우선이지만 다음에는 고객이 편하게 이용할수 있는
시스템경쟁으로 바뀔 것같다.

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할줄 아는 세대가 부상하고 있어 무인점포조차
필요없어질 때가 올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