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어떤 사고를 갖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새와 가닥이 잡힌다는 말이 되겠다.

우리는 어떤 기회와 장소에서 이웃을 만나 친구가 되고 취향에 걸맞는
모임이 이뤄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 모임이라는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반대로 사유의 모습이
같다보면 혈통의 유전인자보다 더 현실적이고 유기적인 공동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만남은 "우연"아닌 "숙명"이었다고 까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모닥불" 수필동인이 그렇다.

결성된지 13년째, 해를 거듭할수록 "내집의 식구"보다 더 끈끈한 정같은
것이 있어 "한 솥의 밥"이 아닌 사유에의 "한 식구"가 될수 있음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신수년간 아직 한번도 정한 모임을 거르지 않고 "글"의 식탁을 공유해
왔다.

우리가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큼 단란지락을 누리는 데는 구성원 열네사람이
서로 닮은 데가 하나도 없는 다양함에 있다.

이것이 억지같겠으나 사실에 있어선 그렇다.

직업으론 전업주부 두세 사람과 사업가 언론인 교수 목장경영등 다채롭다.

망팔을 년장으로 그 절반 나이의 막내까지 넓은 연령층의 우리들은
호기롭게 사는 반면 열성적으로 "글을 쓴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실상 글 쓰는 일이란 고역이지만 우리의 "수필"이라는 장르만큼 작가
스스로를 맑게 하는 수행도 없노라는 자부심, 모두에게 대단하다.

그 중에도 좌상인 초우 장돈식님과 안한순님 이윤철님등 이들 어른이 있어
"밑불 든든한 모닥불"일 수가 있다.

그에 힘입어 맏형격인 김경자 박용현 표화순님의 옹위가 있고 일주일 내내
꽃날인 화요일의 장현심 지숙현 박수주 동인에다 각기 사계의 중견인
채재우 양봉진의 두 석학이 있다.

맹모가 비껴 앉을 현모 장현숙 총무 차마 아까워 남 못주는 막내 유성실
동인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백마의 기사가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조건은
결혼후 우리 모임에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지난해 10월에 우리의 일곱번째 작품집 "아딧줄"을 출판했고 금년중에도
제8집을 준비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매월 첫번 수요일 정오에 모임을 갖고 여의도 김경자
동인댁이 우리의 사랑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