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는 국내 "그린"관광지다.

개발의 손길을 덜타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다 풍부한 문화.예술유산
까지 듬뿍 보유, 새시대와 미래의 관광지라 불러 손색이 없다.

그동안 교통.숙박시설등의 불편.부족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전남지역은
자가승용차의 보급확대와 자연과 문화유적탐방을 선호하는 여행의 고급화
추세에 힘입어 신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향 전남엔 볼것도 많지만 화순 운주사와 진도 운림산방을 소개한다.

<>.송광사,화엄사등 유수한 사찰이 전남엔 있지만 운주사는 조금 별다른
절이다.

우선 절터가 비교적 협소한 계곡(양측은 얕은 야산)에 위치해 언뜻 보기에
큰 사찰이 들어설 명당자리가 아닌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곳에 우리나라사찰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천불천탑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석불석탑은 정밀하게 조각된 것이 아닌 투박한 모습을
띄고 있고 절 주변 평지와 야산에 널려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 절이 창건되고 가람이 완비된 것으로 추정되는 11세기초-12세기말에
천불천탑이 조성된 것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능성현조에 언급되어 있지만
현재는 대웅전과 요사채를 중심으로 석불 91구와 석탑 21가 발굴되어
옛적의 면모를 짐작케해줄 뿐이다.

해발 10m내외의 비교적 낮은 야산지대 반경 약 200m범위내에 산재되어
있는 운주사의 잔존 석불석탑들은 상당수가 원형이 훼손되었으나 다른
절에서 보기힘든 다채로운 모습들을 하고 있어 이채롭다.

"오방떡"같이 생긴 원형다층석탑(보물798호), 특이한 형태의 석조불감
(보물797호로 감실안에 두부처가 등을 맞대고 앉아있다), 대웅전뒤의
항아리탑등이 눈길을 끈다.

언덕빼기에는 길이 12m의 거대한 부처한쌍이 드러누워 있다.

이 와불앞에는 "시위불"이라 불리는 같은 모양의 부처가 하나 서있다.

전국적으로 휘귀한 이 와불도 시위불처럼 조각후 어느 곳에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특수한 사정이 생겨 그대로 두게되어 오늘날 명물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와불의 아랫부분에는 와불을 세우려고 한 흔적이 남아있다.

석불들은 10m에서 수십cm까지 크기가 다양하지만 조각양식은 비슷하다.

평면적이고 토속적인 얼굴, 균형잡히지 않은 팔과손등 한마디로 못생긴
불상들이지만 그래서 더욱 특이하고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석탑은 모양도 다양하지만 층수도 3층,5층,7층등 여러가지다.

석탑과 석불이 조성된 시기는 몽골의 침략에 시달리던 최씨무신정권집권기
로 고려대장경의 경우처럼 호국과 민심규합을 위해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학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전설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 진성여왕때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설에 의해
국운이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하룻밤새에 돌탑 1천개와
돌부처 1천개를 건립하려다가 마지막에 실패하여 와불이 일어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화순읍에서 남서쪽 28km거리에 있는 도암면대초리 만산곡에 위치한 운주사
는 현재 사적지발굴조사와 일단계복원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있어 봄철에
한번 들러보면 특별한 감회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전통남화의 성지라 할수 있는 운림산방은 남도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의 당호이며 일명 운림각이라고도 한다.

진도에서 제일 높은 첨찰산(485m)자락에 위치한 이 화실은 안개가 자주
끼는 운림이 멋있어 운림산방이라 이름을 지었다 한다.

운림산방앞에는 연못이 있고 뒤로는 첨찰산이 있어 경관도 수려하지만
소치선생의 유작등이 보관된 이곳은 "예향 전남"의 상징적인 장소로 방문의
가치가 있다.

시.서.화 삼절이라 칭송받은 조선후기화단의 거장으로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에게 사사,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남화사상을 정립하고 한국화단에
정통남종화의 뿌리를 내린 소치의 예술은 미산 허형, 남농 허건과 그
후예들에까지 대를 이어 전수되어 찬란한 예술의 향기를 관광객에게까지
전해준다.

운림산방 바로 뒤편에는 쌍계사란 절이 있고 그뒤에 이어지는 계곡엔
첨찰산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하늘이 안보이는 울창한 산림이 조성되어
있어 군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300여년전 도선국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쌍계사는 영암 도갑사와
법당의 방향이 똑같다고 한다.

봉수대가 있던 첨찰산에는 동백나무, 후박나무등 120여종의 수목이 들어서
있어 산림욕을 겸할수 있다.

<노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