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2) 제1부 운우의 정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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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금릉성 궤짝을 찾으셨어요?"
습인은 혹시 자기의 운명에 관한 기록도 있지 않을까 싶어 사뭇 긴장
하며 물었다.
"그럼 찾았지. 한참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쪽 편에 금릉 십이채 정책
이라고 쓰인 궤짝이 눈에 띄더군.
바로 우리 고향 여자들의 박한 운명이 기록되어 있는 궤짝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봤지.
그런데 십이채니 정책이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수 없어 경환
선녀에게 물어보았지.
그랬더니 십이채 정책은 우리 고향에서 신분적으로나 용모로나 가장
빼어난 열두여자에 관한 운명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라고 하더군.
그 옆을 보니 금릉 십이채 부책, 금릉십이채 우부책들도 있더군.
그것들은 각각 앞엣것보다 못한 열두여자들의 운명에 관한 기록들
이지.
나는 우선 경환 선녀의 허락을 받아 우부책이 들어 있는 궤짝 뚜껑을
열고 그 책을 꺼내보았지.
그 책 한장 한장에는 여자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을 설명하는 싯구절들이 적혀 있더군.
어느 책장에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와 낡은 갈대 평상 하나가 그려져
있는데 이렇게 싯구절이 적혀 있더군.
천성이 온유하고 화순하나 계수와 난초 닮은 보람도 없어라.
좋은 낭군님 얻어 복을 누리려 했으나 귀공자와는 연분도 없어라.
근데 아무리 읽어도 누구의 어떤 운명을 예언해놓은 건지 알 수가
없더란 말이야"
이렇게 박명사에서 본 것들을 보옥이 늘어놓으며 문득 습인을 바라
보니, 습인의 두 눈에 눈물이 흥건히 괴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인 일로 네가 우느냐? 네 운명이 거기에 적혀 있기라도 하단
말이냐?"
보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낡은 갈대 평상 그림이 아무래도 저의 운명을 예언하는 것같아
그러하옵니다.
갈대 평상은 내이름 습자와 발음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귀공자를 연모하지만 연분이 없어 맺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하니 더더구나.
"습인의 눈에 괴어 있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보옥도 이상하게 슬퍼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여 버럭 언성을
높였다.
"허허, 발음이 비슷하다고 다 너의 운명이더냐? 함부로 속단하지
말지니라"
그러나 습인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흐느꼈다.
"허허, 울지 말래두"
"제가 우는 것은 제 운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부책이라 하면 우리 시녀들의 운명을 기록한 것이 분명할텐데,
같은 처지에 있는 시녀들을 생각하고 우는 것이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
습인은 혹시 자기의 운명에 관한 기록도 있지 않을까 싶어 사뭇 긴장
하며 물었다.
"그럼 찾았지. 한참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쪽 편에 금릉 십이채 정책
이라고 쓰인 궤짝이 눈에 띄더군.
바로 우리 고향 여자들의 박한 운명이 기록되어 있는 궤짝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봤지.
그런데 십이채니 정책이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수 없어 경환
선녀에게 물어보았지.
그랬더니 십이채 정책은 우리 고향에서 신분적으로나 용모로나 가장
빼어난 열두여자에 관한 운명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라고 하더군.
그 옆을 보니 금릉 십이채 부책, 금릉십이채 우부책들도 있더군.
그것들은 각각 앞엣것보다 못한 열두여자들의 운명에 관한 기록들
이지.
나는 우선 경환 선녀의 허락을 받아 우부책이 들어 있는 궤짝 뚜껑을
열고 그 책을 꺼내보았지.
그 책 한장 한장에는 여자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을 설명하는 싯구절들이 적혀 있더군.
어느 책장에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와 낡은 갈대 평상 하나가 그려져
있는데 이렇게 싯구절이 적혀 있더군.
천성이 온유하고 화순하나 계수와 난초 닮은 보람도 없어라.
좋은 낭군님 얻어 복을 누리려 했으나 귀공자와는 연분도 없어라.
근데 아무리 읽어도 누구의 어떤 운명을 예언해놓은 건지 알 수가
없더란 말이야"
이렇게 박명사에서 본 것들을 보옥이 늘어놓으며 문득 습인을 바라
보니, 습인의 두 눈에 눈물이 흥건히 괴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인 일로 네가 우느냐? 네 운명이 거기에 적혀 있기라도 하단
말이냐?"
보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낡은 갈대 평상 그림이 아무래도 저의 운명을 예언하는 것같아
그러하옵니다.
갈대 평상은 내이름 습자와 발음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귀공자를 연모하지만 연분이 없어 맺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하니 더더구나.
"습인의 눈에 괴어 있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보옥도 이상하게 슬퍼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여 버럭 언성을
높였다.
"허허, 발음이 비슷하다고 다 너의 운명이더냐? 함부로 속단하지
말지니라"
그러나 습인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흐느꼈다.
"허허, 울지 말래두"
"제가 우는 것은 제 운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부책이라 하면 우리 시녀들의 운명을 기록한 것이 분명할텐데,
같은 처지에 있는 시녀들을 생각하고 우는 것이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