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형 < 보람은행 경제연구실장 >

미국의 은행들은 컴퓨터와 멀티미디어및 정보고속네트워크로 연결된
버추얼 뱅킹 (virtual banking) 시스템 즉 컴퓨터 가상은행형태로
빠르게 변모해가기 시작하고 있다.

버추얼뱅킹이란 정보고속네트워크와 컴퓨터의 이미지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은행을 고객앞에 만들어 실제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버추얼 뱅킹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은행이 취급하는 모든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를 은행내에서 생산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게 아니라
외부의 전문 서비스 공급자로부터 이들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은행은 수익관리 리스크관리 고객관리및 기술향상등의 업무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은행의 각종 후선업무에서 해방되어 정보수퍼하이웨이 사회에
맞는 경쟁력을 갖출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은행이 직접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행은 금융상품및 서비스 생산을 위한 각종 업무를
정보고속네트워크를 통하여 전문서비스 공급자로부터 제공받고 은행은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역할 만을 담당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은행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택대출과 관련한 여신업무를
전국규모의 개인신용정보 센터로부터 데이타를 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종국에 가서는 신용정보 전문업체들이 은행의 심사업무자체를 대행하게
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행의 대출후 잔고정리및 변제등 사후관리 업무의 40%를
컴퓨터 파워 (Computer Power) 사가 대행하여 처리해 주고 있다.

또 실행된 대출채권은 Goldman Sachs 등의 증권사에 의해 증권화되어
투자가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매월 발생하는 수표및 구좌이체 처리와
이에 수반되는 당좌계좌 관리는 EDS사등이 대행하고 있다.

버추얼뱅킹 시스템이 실현되면 고객과 은행의 금융거래 형태가
크게 변화하여 고객은 장소와 시간으로부터 해방될수 있게 된다.

컴퓨터 가상점포를 만들어컴퓨터 가상공간으로 고객을 유도할 수가
있으므로 고객이 은행지점에 와서 처리해야할 일들을 실제로 지점에
오지 않고서도 처리할수 있게 된다.

은행에 도착한후 순서를 기다리거나,폐점시간등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고,가정에서 TV를 보거나 전화를 거는 일과 같은 감각으로
은행거래가 이루어 지게 된다.

이는 현재의 기계화점포에서 고객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개념이 아니라,고객
이 필요로 하는 곳 어디에나 고객의 눈앞에 가상의 은행점포가 출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므로 고객과 더욱 가까와 지게 된다.

따라서 고객이 정해진 장소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고 TV PC 전화
휴대전화,또는 휴대용 PC등을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버추얼뱅크,즉
컴퓨터 가상은행을 불러낼수 있게 된다.

버추얼뱅킹이 실현되게 되면 새로운 지점개설의 필요성이 없게되고,종래의
지리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시장을 넓힐 수 있다.

고객은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공받음으로써 은행과 거래고객과의 관계가 보다 강화될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 은행이 1만명 규모의 직원을 가지고 은행을 운영하였을
경우 버추얼뱅킹시스템이 실현되면 단 1,000명의 인원으로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비를 크게 절약함으로써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은행의 경쟁력도 크게 상승하게 된다.

가상공간속에 만들어진 점포로 고객을 유도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술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와있다.

군사훈련이나 상품개발,게임이나 설계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버추얼뱅킹이 실현될 날도 그렇게 멀지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자유화 추진이후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신경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은행시장이 상당히 포화상태에 있는데도 경쟁적으로
은행지점망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버추얼뱅킹이 실현되면 새로운 은행지점이 필요없게 되는등
은행지점의 개념이 크게 바뀌게 될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