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른바 "세일상품"으로 고민에 빠졌다.

계속해서 판매하자니 역마진이 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판매를 중단하자니 고객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게돼 공신력에
흠집을 내게 된다.

고객들이 알아서 가입을 자제해줬으면 하지만 예금은 물밀듯이 불어
나기만 한다.

은행들이 이런 고민에 빠진 것은 최근 회사채유통수익률등 시장
실세금리가 연14%대로 떨어지는등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

은행들이 백화점식 한시상품인 "세일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던 지난달만
해도 회사채수익률은 연15%대를 훨씬 웃돌았었다.

은행들은 그날 들어온 예금을 곧바로 회사채나 금융채를 매입하면
얼마간의 마진을 남기고도 고객들에게 약속한 금리(연13.0-15.0%)를
보장할수 있었다.

여기에 고금리추세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가세,
세일상품은 30여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회사채수익률이 지난20일부터 연14%대로 떨어졌다.

예금을 가지고 고스란히 회사채를 산다고해도 일부 은행은 수수료를
챙기기는 커녕 역마진이 난다.

그래서 몇몇 은행은 판매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약속과는 달리 세일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은행들의 자업자득이라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고금리를 보장하기위해 세일상품으로 들어온 돈을 회사채매입등에만
사용하다보니 채권수익률이 떨어졌으며 그 결과 역마진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파괴를 앞세운 세일상품바람은 시장금리하락추세와 함께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실세금리 연동상품"만 살아남을 것이란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