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얘기해서 골퍼들은 "내기"를 한다.

세명만 모이면 "고스톱"을 치듯 골퍼들 10명중 7명이상은 어떤 규모,
어떤 방법으로든 내기를 할 것이다.

현재의 김과장이 내기까지 할 단계는 전혀 못되겠지만 언젠가 하기는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기금지" 라는 공자말씀보다는 그 속성과 철칙을
얘기해 주는게 나을 것같아 이글을 쓴다.

<>.첫째 원칙은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세워두라는 것이다.

원칙의 대상은 "내기의 단위"도 될수 있고 "내기의 상대"도 될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등 외국 일반골퍼들의 단위는 고작해야 1타당 1~2달러가
고작이다.

아니면 맥주한병내기 정도. 그들이 내기를 하는 이유는 "남의 돈을
따는 것" 보다는 골프에 경쟁성을 불어 넣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 "회장님"들의 단위는 1,000~2,000원 정도로 오히려
작다.

그들 입장에서 "천원이냐, 만원이냐"의 액수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게
진정한 의미이기때문이다.

내기란 돈이 아닌 경쟁, 승부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대의 기준도 중요하다.

핸디캡30짜리 골퍼와 핸디캡5인 골퍼의 내기는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럴경우 붙어봤자 하이핸디캐퍼가 백전백패이다.

사실 "도박성향"의 사람이 아닌한 하이핸디캐퍼와 내기를 하려는
골퍼는 없다.

<>.둘째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논란이 없어야 된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치졸하고 가장 꼴보기 싫은 모습이 내기도중
말싸움을 하는 것이다.

즉 타수계산이 다르거나 규칙을 둘러싸고 왈가왈부하는 것인데 그
모두는 남의 타수를 계산할 능력도 없고 규칙도 잘 모르는데 연유
한다.

동반자중 한명이라도 그럴 우려가 있으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게 내기이다.

골퍼들중에는 "얼굴만 굳어져도" 그골퍼와는 다시는 골프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친구는 내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따건 잃건 웃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스코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골퍼자신에게만 있는 법으로 캐디탓등
"남의 탓"을 하는 사람도 내기의 자격이 없다.

<>.셋째 원칙은 "셈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내기과정에서 "드러내지 말아야 할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셈을 덜
하거나 안하려는데 기인한다.

골퍼들은 "철저한 지불이 좋은 골프친구를 만든다"는 소리를 명심해야
한다.

골프장에서 셈이 흐리면 그런 이미지가 사업과도 연결됨을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동반자를 사귀고, 규칙을 알고,
남의 타수도 머리에 자동입력되고, 표정관리도 할수 있고, 남의 탓도
전혀하지 않는"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김과장 역시 핸디캡18이 되기 전까지는 그저 "조용히"치라는 얘기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