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의 대미달러화절상속도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인플레억제와 물가안정을 위해 무역적자폭이
더 확대되더라도 당분간(?) 원화의 절상행진을 그대로 방치해둘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달러당 788원70전이었던 원화환율은 이달17일엔 778원70전으로 불과
두달 남짓한 사이에 1.2%가 절상되었다.

연말까지는 7백70원대로 더 절상될 전망이다.

한편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금년 1월1일부터 3월15일 사이에 무려
8.1%나 절하된데 반해 엔화의 대미환율은 동기간중 9.9%나 절상되어
달러당 90.75엔이 되었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통관기준으로 25억2,800만달
러에 달해 전년 같은기간의 적자액 19억6,400만달러보다 무려 5억6,400만달
러나 더 늘어났다.

이런 속도로 무역적자가 늘어난다면 금년말까지의 예상치 80억달러를
넘어선 100~120억달러로 무역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원화절상을 앞으로도 게속 방치해둔다면,그리고 엔고의 가속화가
둔화되어 95엔대가 회복된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급속하게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수지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다행히 엔화의 대미달러화절상폭이 원화의 대미달러화절상폭보다
더 크고 또 원화의 대엔화절하가 계속되고 있어 원화절상이 아직은
수출에 큰 타격을 가하지 않고 있다.

달러화로 수입상품대금을 결제하는 경우에는 환차익을 보지만 일본으로부터
원부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엔 엔화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의 계속된 평가절하로 큰 환차손을 보게 될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수출상품을 생산.수출하는 경우
원가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 대일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엔화절상과 달러화절하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감소는 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사실에서 우리는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미국국제경제연구소의 버거스텐소장은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절상되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연간 40억달러정도 감소될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본의 대미무역흑자규모는 엔화의 계속된 절상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즉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이 92년엔 1달러당 126엔,93년엔 111엔,94년엔
102엔으로 각각 절상되어 92년부터 94년까지 달러당 25엔의 절상을
가져왔다.

따라서 버거스텐의 주장대로라면 25엔의 절상은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를
최소한 1,000억엔정도 감소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감소는 커녕 오히려 해를
거듭함에 따라 증가일로에 있다.

즉 일본은 92년엔 496억달러,93년엔 593억달러,94년엔 630억달러의
대미무역흑자를 각각 기록하였다.

이 수치는 엔화의 달러화에 대한 지속적인 절상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해소
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해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다음 두가지 이유를 들수 있다.

첫째 일본기술이나 일본상품이 갖고 있는 "국제비교우위"가 아닌
"국제절대우위"( international absolute advantages )를 들수가
있고 둘째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국산업구조와 하드웨어 중심의 일본산업구조
간의 차이를 지적할수가 있다.

엔고가 아무리 진행되더라도 특정상품이나 특정기술이 국제절대우위를
갖고 있는 한 일본제품수입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한국이 대량으로 수출하는 VTR VCR의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엔고와는 관계없이 계속수입해야 한다.

이것이 "국제절대우위"의 좋은 예이다.

일본의 산업구조는 아직도 중후장대의 중화학공업제품과 경박단소의 첨단
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하드웨어산업중심인데 반하여 미국의 산업구조는
대부분의 공산품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컴퓨터소프트웨어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VTR 라디오등은 단1대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고 TV도 1개회사만이
연간 국내총수요량의 극히 일부만을 생산할뿐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재나 소비재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미국의
산업구조와 소비구조때문에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엔화의 절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워야한다.

첫째 한국의 기술이나 상품이 일본처럼 "국제절대우위"를 갖는 경우와
둘째 한국제품의 질이 일본제품과 같거나 비슷하면서도 값은 일제보다
더 싼 경우가 아니면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절상은 한국의 무역적자만
증가시켜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지금처럼 원화절상을 이대로 계속 방치해두면 멕시코처럼 경제위기를
맞이할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무역수지 국제수지가 계속 적자폭을 확대시키고
있고 국내유입 외자 대부분이 제조업보다는 비생산적인 증권시장투자자금인
데다 외채가 매년 증가되고 있어 멕시코와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멕시코경제위기의 재판을 막기위해서 우리정부는 첫째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외자로 경상수지적자를 보전하는 방법을 절대로 써서는
안된다.

둘째 국내금리수준을 국제금리수준으로 하향조정하지 않은채 성급한
금융자유화 외환자유화 자본자유화는 매우 위험하므로 급속한 시장개방이나
자유화는 삼가야 한다.

셋째 무역적자폭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핫머니유입증대로 외환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원화절상이 계속되면 우리경제는 예기치 아니한
위기를 맞을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정부는 적절한 시점에서 원화절상방치를
지양하고 무역수지개선을 위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