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카운트스토어 회원제창고형클럽 아웃렛 카테고리킬러등 국내에서
낯설게만 여겨지던 새로운 업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업태는 단순한 가격할인이 아닌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파는게 특징
이다.
이른바 가격파괴현상이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섰고 내년에는 유통시장이 개방된다.
급속한 유통환경의 변화는 유통업은 물론 제조업에도 유통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혁신의 대열에서 낙오되면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도소매업체수는 87만여개(93년기준)에 종사자가 199만여명에 이른다.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9%로 농림수산업보다 높고 총고용인구의
23.4%를 차지, 제조업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비중은 높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매장면적이 10평미만인 사업체의 비율이 78%에 이르고 점포당 1인당
매출액으로 본 생산성이 크게 낮은 실정이다.
이러한 유통업의 수준으로 개방화시대에 선진유통업체와 어떻게 경쟁할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유통혁신을 도외시하면 타격을 입게될것은 자명하다.
제조업도 예외가 될수없다.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해 대리점 특약점을 컨트롤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개방화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게 현실화되고 있다.
공급자시장에선 제조업자가 정한 가격이 소비자에게 통했으나 국산과
외산상품을 다양한 점포에서 폭넓게 선택할수 있는 여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제는 국제수준보다 높은 가격의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것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판매신장을 기대할수 없게된
것이다.
외국과의 기술제휴로 국내에서 첫 회원제창고형클럽으로 문을 연 프라이스
클럽이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서도 소비자니즈의 파악이 중요함을
알수있다.
지난해 10월중순 개점한지 5개월만에 회원이 8만5,000명에 달했고 오는
5월이면 목표 10만명을 채울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매출액은 평일 평균 3억5,000만원, 주말 5억~6억원수준으로 비슷한 매장
면적의 백화점보다 높은 수준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처음 선보인 회원제 할인점의 매출호조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다시말하면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소비자니즈를 파악하는데 소홀했다는
얘기도 되는 셈이다.
비슷한 품질의 상품이라면 가격이 싼곳을 찾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의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식은 백화점의 바겐세일을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패턴을
보아도 알수있다.
값싸게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구입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속아온 기분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기업들의 소비자를 생각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말로는 소비자가 왕이라고 쉽게 얘기하면서도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의 기업경영 곳곳에 그같은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월마트는 처음에 어려운 여건속에서 출범했지만 소비자를 왕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오늘날 미국 소매업의 왕자로 클수 있었다.
유통정보화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인 경비
절감을 추구한 것이 성공의 요체였음은 물론이다.
유통혁신을 이뤄야하는 국내기업들도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바탕위
에서 유통마인드를 가져야할때가 왔다.
유통마인드를 가진 경영인이라야 세계화시대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할수
있을 것이다.
시장환경의 변화로 천시하던 장사꾼이 뿌리인 유통업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
정부에서도 제조업수준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자는 소비자가 찾는 상품의 흐름에 신속하게 맞추고 제조업자는
비용파괴적인 절감을 통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유통
마인드를 가진 경영이 될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상품을 보다 값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유통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수 있는 유통마인드가 더없이 중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