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의 유리제품메이커인 한국유리는 지난해 근로자들에게 1인당
평균 3백28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종업원수가 2천4백명인 이 회사의 성과급 전체지급액은 78억여원으로
순이익 1백70억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김영천노조위원장은 "일한만큼 성과급이 많아지기때문에 근로의욕도
높다"면서 "근로자들이 앞장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진이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노사협력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회사는 지난 61년 노조가 출범한뒤부터 지금까지 단한차례의 분규도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오고있다.

또 D제약회사는 경영진이 지난 91년 노조의 요구없이 스스로
성과배분제를 도입했다.

분기별 목표매출액을 1% 초과달성할 경우 상여금을 추가로 2%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매출액을 성과지표로 활용한 이유는 제약회사의 경영실적이 판매실적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 착안,전종업원의 참여의식을 확대하기위해서였다.

그후 D사는 기업의 매출신장률이 해마다 업계최고수준인 연평균 40%에
이를정도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성과배분제"의 도입으로 노사협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생산직근로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노동량이나
생산성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다고 느낀다.

비교적 임금이 높다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물론지불능력이 낮은 영세기업과
정부투자기관,노조의 "힘"이 약한 사업장 근로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정부투자기관 임금수준은 알려진것보다 훨씬 낮다. 10년차 근로자의
임금이 연봉기준 1천5백만원수준으로 최악의 상황(23개투자기관중 21위)
이다. 올해에도 먹고사는 문제가 노사협상의 최대쟁점이 될것이다"(최영일
농수산물유통공사 노조위원장)는 얘기는 단순히 엄살만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임금이 높고 낮음의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더 지급하고싶어도 지불능력이 없는 업체들도 많다.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이익이 많이 발생했더라도 임금수준을 파격적으로
올려줄수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해에도 경영성과가 좋다는 보장이 없기때문이다.

성과배분제도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할수있는 대안의 하나로 꼽힌다.

이제도는 임금과는 별도로 기업의 매출실적이나 순이익등 경영성과에
맞춰 근로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시행이 확산되면서 근로자처우개선과 함께 생산성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성과배분제도를 시행하고있거나 시행한
적이있는 95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있다.

이조사에서 노사관계자들은 성과배분제도의 효과에 대한 항목별평가에서
<>근로의욕의 증가 80.0점 <>생산성향상 81.4점 <>불량률감소78.6점
<>노사화합 81.4점등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성과배분제도가 본래의 긍정적인 효과를 살리기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최근 수년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포함돼버린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을수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성과배분의지급형태에 따르면 전체노사
대상기업의 94.6%가 상여금이나 수당으로 지급한데 비해 주식이나
전환사채등의 형태는 각각 1%안팎에 그쳤다.

대부분의 기업이 성과배분금을 상여금과 수당등 현금으로 지급,임금
보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정효재대리는 "근로자들이 고정임금으로 인식,경영실적이
저조해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는 바람에 제도자체의 취지를 못살리고
있다"며 "직급에 따라 성과배분율을 정하는 것이 좋은데 사기진작차원
에서 일괄배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경영성과와 상관없이 성과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노조측이 무파업을 선언하자 매출부진에도 불구,
전년도 보다 20%많은 1백65%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쌍용자동차 노조측은 회사측과 약속한 매출액 목표달성치에
미달했음에도 20만원의 성과배분금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회사와 노조측의 합리적인 사고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성과배분제도가 정착되기위해서는 제도 자체를 엄격하게 운용해야한다는
얘기다.

데이콤의 이훈걸 노조사무국장은 성과배분제도가 이처럼 맹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를 막기위해 "95년 성과급에 대한 사항은 상반기 노사
단체교섭에서 다루지않고 12월에 임시교섭을통해 요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리 성과급을 요구하면 연말에 매출액과 순이익등 경영정보를 평가하기
힘들기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영범선임연구위원은 "성과배분제는 장기적으로
현금지급에서 탈피,주식이나 전환사채 근로자복지기금출연등으로 배분
방식을 다양화해 근로자의 장기근속과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