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올해 1월의 산업생산동향을 보면 생산이 전년동기비 8.9% 늘고,투자가
35.8% 늘어난데다 소비 역시 12.8% 증가하였다.

수출 역시 1월중 27.7% 늘어난데 이어 2월중 36.4%로 그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생산과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제조업평균가동율은
85.4%를 나타냈고 중소기업정상조업율도 1월중 84.9%를 기록하였다.

반면 금융부문쪽에서는 3월 들어 다소 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작년초만 하더라도 12%에 머물던 회사채수익률이 1년만에 15%선을
넘고있고 콜금리 역시 같은 기간중 10% 수준에서 법정최고한도를
넘나들고 있다.

기업 어음부도율도 13년만에 최고치인 0.14%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여 주가 역시 올들어 2달여 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금융부문과 실불부문의 뚜렷한 양극화현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93년1월이후 2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경기상승세가 기업의
왕성한 투자욕구를 자극하여 고금리 현상을 초래했고 확대된 초과수요압력이
물가불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불부문과 금융부문의 괴리 및 그 배경으로서의 물가불안은
92~93년 6%를 하회하던 경제성장률이 94년 들어 8%를 넘어서면서
일견 예상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빠른 경제성장이 자동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공급이 초과수요에 미치지 못하여 경기가 생산능력 부족상태에 빠질
경우에만 인플레는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경제의 공급여력이다.

이같은 공급여력을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생산갭,즉 잠재성장률(생산능력
)과 실제GNP수준과의 차이(갭)이다.

경기상승 초기단계에서는 보통 생산증가율이 추세를 상회해도 생산수준이
잠재생산력을 하회하는 한 인플레이션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일단 생산갭이 반전하여 실제생산이 잠재생산력을 상회하면
인플에이션은 가속적으로 상승하고 실제생산이 잠재생산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동안 물가불안은 가속적으로 확대된다.

최근 우리경제의 잠재생산 수준을 추정하여 그 생산갭을 구해보면
94년초이후 생산갭이 플러스로 돌아선 후 그 수준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갭이 인플에이션에 2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생산갭의 확대는 곧바로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94년 하반기이후 물가움직임을 살펴보면 생산갭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밖에 볼수 없다.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나 총수요관리정책에 의한 결과이다.

이같은 가격정책이나 총수요관리는 눈에 보이는 몇몇 지표의 개선은
유도할수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안정하의 성장 지속"은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공급측면에서 내실을 다지는 정책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우리경제의 장기안정적인 성장지속의 길은 요소의존적 성장구조를
감안할때 생산요소시장을 효율화하는 것이 최우선일수 밖에 없다.

특히 93년이후 다시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국제원자재가격의
움직임 등을 고려할때 우리경제가 유일하게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노동의 공급사정을 개선시키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가장 서둘러야할
정책과제이다.

노동시장에서 탄력적인 노동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져야 하고 임금의 하방경직성 경기불감성 계층간 임금격차 해소등의
과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을 높일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조장하여 창의성을 발휘할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다른 공급측면에서의 노력은 기업경영환경 측면에서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신정부 출범이후 금융실명제 금융자율화 부동산실명제 등 각종 제도개혁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어가고 있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움직임에서 보듯이 진정한 의미에서 실물부문을 뒷받침하는
금융제도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이 금융시장자체적인 문제점외에도 80년대이후
심화되어온 우리경제의 이중구조화에도 큰 영향을 받은 것임을 감안할때보다
바람직한 기업경영환경의 개선은 산업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 경제
각 부문의 이중구조 해소노력과 금융중개구조의 개선 금융시장 가격기능
제고등 금융시스템의 효율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그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총수요관리보다 총공급관리가 부작용도 적고 그 효과도 장기적으로
기대할수 있음은 당연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의
각 경제주체들은 우선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경향으로
인해 이를 순간순간 무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