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PC시장을 지배해 온 인텔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PC의 두뇌역할을 하는 CPU를 독점공급해 오던 미 인텔사는 파워PC진영의
강력한 저항과 인텔호환칩 제조업체의 협공에 부딪쳐 위기에 빠졌다.

IBM 애플 모토로라 등 파워PC연합은 보다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파워PC칩을
발표하는 한편 세계 각국의 협력업체들과 함께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미 사이릭스 AMD 넥스젠등 인텔호환칩 제조업체들은 보다 경제적인 CPU를
가지고 시장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따라 많은 PC제조업체들은 인텔칩이 아닌 다른 CPU를 자사제품에 채용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파워PC연합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빗전시회에서 "파워PC공원"
이라는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인텔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이 전시장에는 세계 각국의 60여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회사가 협력
업체로 참여해 파워PC의 힘을 과시했다.

또 일반PC와 노트북PC용 "파워PC 603"100 칩과 "파워PC 602"칩등이 새로
발표됐다.

미 컴팩과 AST, 독일의 피콕, 영국의 ICL 비글렌 에로넥스,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와 올리데이터등 세계 각국의 유력 PC제조업체들은 인텔이외의
다른 CPU를 채용한 PC를 일제히 선보였다.

80년대 초반이래 꾸준히 지켜져왔던 "PC의 CPU는 오직 인텔"이라는 컴퓨터
시장의 제1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릭스 AMD와 같은 CPU제조업체들은 처리속도와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경제적인 칩들을 잇달아 내놓아 이같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부동소수점 연산기능은 물론 사운드기능과 동영상처리기능등을
CPU안에 집어넣음으로써 멀티미디어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사이릭스사는 인텔 펜티엄칩의 경쟁제품으로 기존의 소프트웨어 성능을
극대화하고 메모리 관리기술을 향상시킨 "M1"칩을 내놓으며, AMD사는 축약
명령형(RISC)방식의 장점을 채용한 "K5"칩과 전력소모가 적은 CPU제품을
전시하고 대대적인 선전공세에 들어갔다.

세계 컴퓨터업계에서는 인텔칩구조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CPU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값싸고 성능 좋은 CPU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됨으로써 PC제조업체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PC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말 펜티업칩 오류시비로 홍역을 치렀던 인텔사는 그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