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가 미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새로운 해외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북경이나 모스크바, 인도의 방글로르등에 이어 현지 고급두뇌들이 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을 위해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불가리아의 경우 미국 소프트웨어업체의 현지법인은 컴퓨터관련 고급
인력들에겐 최고로 매력있는 직장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상당히 좋은 급여가 보장되는데다 정보산업분야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가장 앞선 기술등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 소피아에 있는 불가리아 최대 국영 소프트웨어업체에 25년이나 근무
했던 플라멘 두므코프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자그마한 멀티미디어용 타이틀
제작업체인 그레이트 베어 테크놀로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와 접촉했던 이회사는 그에게 별다른 혜택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나
그는 미련없이 20년넘게 몸담아 왔던 직장을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레이트베어측은 두므코프씨의 급여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는 종전
보수의 2배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탓에 지금은 불가리아내에서만 미국기업에 고용된 컴퓨터관련
전문인력들이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미국측이 이처럼 동유럽이나 러시아 북경등 옛 공산권지역의 현지 인력을
고용해 소프트웨어등을 개발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값싼 인건비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때문이다.

구소련및 그 위성국가등에서 고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에게 연봉으로
통상 1만~2만달러를 지급한다.

이는 같은 수준의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들이 받는 연봉의 5분의 1정도
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 회사들로서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수 있어 동유럽등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추세다.

그러나 미국 업체들은 이같은 일을 은밀히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는 다른 회사에서 같은 식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 비교우위를 활용하기
힘들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인력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국 소프트웨어산업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비난여론이 있어 구태여 이를
크게 광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여하튼 불가리아는 미국의 수많은 해외 소프트웨어개발기지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