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자 Y부장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의 구력은 4년.이제 골프도 제법 알것 같았고 그동안 고민이던
드라이버샷도 안정돼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 봄의 첫 골프를 기대하던 Y부장은 드디어 3월의 둘째주 일요일 오전
10시경에 티타임을 하나 잡았다.

"코스 좋고,시간 좋고"해서 Y부장은 설레는 마음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번엔 전부 처음 골프를 같이 치는 사람들이야. 뭔가 보여줘야 다음에도
계속 골프가 이어 질텐데.. 첫홀 드라이버샷이 빨래줄같이 뻗어 나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까"

이런 생각을 하던 Y부장은 이내 홀로 쓴 웃음을 지었다.

"에그. 나는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다. 뭔가 보여 주겠다는 생각부터 하니
이미 결과는 보나마나 아닌가"

Y부장의 결과는 다음주가 돼 봐야 알겠지만 그 정도 "각본"을 쓴 것만 해도
그는 철들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