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들어 멕시코의 금융위기 유발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지속하던
미달러화는 3월들어 유럽 외환시장의 불안 심화등으로 주요국 통화에
대해 급속한 가치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 엔화의 환율은 3월3일 달러당 95.26엔으로 전후 최저치
였던 지난해 10월21일의 96.68엔을 갱신한데 이어 3월8일에는 도쿄시장
에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알려진 90선이하로 떨어짐으로써 달러화는 초약
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서도 지난 7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4마르크를
깸으로써 92년10월7일 1.4360마르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같은 달러화의 최근 급락세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정정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페인 페세타화및 포르투갈
에스쿠도화의 폭락으로 유럽연합의 환율조정메커니즘(ERM)이 혼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들이 대내외적으로 신뢰도가 저하된 달러화보다는 안전통화
(haven currency) 로서의 마르크화및 엔화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
것이다.

미국의 지원약속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완전히 수습되지
못함으로써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지난 2월22일 미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이 의회보고에서
경기둔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면 금융정책기조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것도 이같은 사태를 가속화시켰다.

이에따라 투자가들의 미달러화 투자유인이 감퇴했고 미국의 무역수지적자가
금년중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달러화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밖에 일본의 지진피해 복구비 마련및 일본투자가들의 3월말 결산에
맞춘 달러화표시 자산의 매각확대도 이번 달러화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달러약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단기적으로 미국 정부가 어느
정도 강력하게 달러화 하락을 저지할 것이냐에 달려있겠으나 이러한 현상이
기본적으로 미.일 무역불균형 멕시코사태등 경제구조적 요인에 의해 초래
되었다는 면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외환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미달러화 가치폭락을 반영하여 우리나라 원화의 일엔화에 대한
환율도 급격히 상승하였는데 작년말 100엔당 790.68원하던 것이
9일에는 100엔당 863.22원으로 무려 8.4%나 절상되었다.

이처럼 엔화기치가 급상승함으로써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으며 대일 수출및 수입의존도가 각각 14%,25%인 우리 경제도 직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엔화강세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어 특히 일본과 높은 경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화학제품 철강 비철금속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수출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그동안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으로의 수출이 비교적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의 경우는 대일 수입상품이 주로 수출용 원자재와 자본재로
구성되어 있어 엔화강세에 대응한 물량감축 제약이 있는데다 달러표시
수입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에는 수입금액이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10%의 엔화절상으로 향후 2년간에 걸쳐
무역수지가 13억달러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1차연도에는 수출입
물량조절이 어려워 개선폭이 1억달러 정도로 소폭에 그치나 2차연도에는
달러표시 수출입 가격변동에 따른 물량변동으로 개선폭이 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일 무역수지는 엔화강세에 따른 수입부담 증가가 수출증대
효과를 크게 상회함에 따라 9억달러 정도 악화되나 여타 지역에
대한 무역수지는 대일 가격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22억달러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밖에 엔화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국내물가도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엔화표시 채무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엔화강세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 요망된다.

우선 선물거래등 각종 환위험 관리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엔화등 강세통화표시 채무보유에 따른 환차손을 적극 회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보유외화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운용통화를 강세시현 예상통화로
적절히 다양화함으로써 보유 외화자산의 가치보전및 수익성제고를
도모해 나가야 할것이다.

또한 이러한 엔화강세를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 제고를 통한 지속적
성장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강화를 배경으로 해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수출증대에 노력함과 동시에 부품과
시설재의 대일의존도를 줄이는 계기로 삼는 산업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것이다.

한편 최근의 엔화강세및 달러급락 현상은 외환및 자본자유화 추진과정에서
환율정책등 거시경제정책의 운용과 관련하여서도 우리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하겠다.

유럽시장에서의 외환위기,멕시코의 금융위기와 더불어 이번 달러화의
폭락은 국제금융시장 통합의 진전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되어 경제의 기초적 여건( economic fundamentals )보다는 각종
단기 투기적 요인에 의해 외환시장이 동요할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정성 증대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운용이 긴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작년 상반기 이후 국제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엔,마르크화및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의 환율제도개편
움직임도 면밀히 주시하여 이에 대비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