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초약세는 미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달러화는 지난 한주동안 일엔화및 독마르크화에 대해 각각 달러당 4.44%
및 4.21% 떨어지는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8일 들어 급락세가다소 주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달러당 대엔화및
마르크화 환율은 이달초보다 5.6%및 4.6%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의 하락행진으로 미기업들은 수출 및 내수판매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달러가치가 약화되면 수출되는 미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커지는 동시에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타국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이중 효과를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많은 미기업들은 제 3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향상, 판매수익이 증대될 전망이다.

달러 약세로 혜택을 볼 것이 예상되는 미국기업들은 컴퓨터 중장비및
공작기계를 비롯한 자본재와 자동차 전자 화학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미공작기계 부문은 지난해 달러 약세로 신규주문이 46억9천만달러로
15년만의 최고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더 큰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미화학업체들은 더욱 더 들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달러의 약세지속으로 5백16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1백8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에는 더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드 GM 크라이슬러등 빅3 자동차업체가 포진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표정
역시 밝기만 하다.

이미 엔고로 일본경쟁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이들은
지난해 큰 폭의 수익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엔화의초강세를 활용,
일본기업들을 아예 따돌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달러하락은 최근 수년간 지속되온 만큼 별 새삼스런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업계가 이처럼 들뜬 이유는 이제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일기업이 본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일기업들은 생산공장 이전및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서 가격을
약간만 올리거나 아예 올리지 않고 견뎌왔다.

미업계는 "이제까지 일기업들이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으나 뼈까지 깍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본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미기업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회의론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수출증대및 경기호조가 가속화되면 인플레 압력이 그만큼 증가,
연준리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게 되 오히려 악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달러 초약세가 지나치게 장기화될 경우 외국기업의 대미신규투자가 급증,
기업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는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아울러 일부 경제학자들은 엔화및 마르크 강세로 이들 국가의 경기가
침체되면 결국 미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게 되는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