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 폭락으로 일본열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정부가
아시아에 대한 무역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95년판
무역정책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미 체결된 무역협정과 미통상법을 철저히 적용함으로써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시장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게 보고서의 골자다.

이를 위해 만일 시장개방을 가로막거나 더디게 하는 외국의 무역정책과
무역관행이 존재한다면 미국은 이러한 정책과 관행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일지 몰라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유일의 강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유럽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과점하는데다 한국 중국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괄목할 성장궤도를 긋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 교역량에서 아시아쪽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유럽을
능가하고 있는데다 특히 일본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해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이면서 미국의 경제공세가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요즘 달러화시세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곤두박질치면서 일본을 궁지에
몰아넣고있는데도 미국이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미.일 무역분쟁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려는 시각도 많다.

무역정책보고서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국제무역의 확대를 지향하기보다 지역적 쌍무적 협상을 통해 아시아지역의
시장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아시아시장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점을 예고한다.

지적재산권 분쟁으로 중국을 위협하고 저달러방치,포괄무역협상 등으로
일본에 압력을 가한 뒤 여세를 몰아 한국등 아시아 급성장국가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속셈으로 비쳐진다.

무역정책 보고서와 거의 동시에 발표된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도
아시아지역 중진국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공세가 한국을 포함해서 아시아지역
위주로 진행되리란 점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앞으로 교역상대국의 무역장벽완화를 위해 노동기준이라든가,
심지어 금품수수같은 관행까지 시비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의 무역압력이 상대국의 내정문제까지 건드리는 보다 강한
성격이 될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이 자국이기주의를 토대로한 쌍무주의 지역주의에
머무는 한 세계경제발전과 국제무역의 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은 하루빨리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무역정책의 환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