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들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조성해
주고 그 대가로 가계수표개설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계수표개설을 해주도
록 알선한 은행직원등 16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수부(부장 김상희검사)는 8일 가계수표개설을 미끼로
무자격자들로부터 1인당 3백~5백만원을 챙긴 실로암교정복지선교회 담임목사
이경희(여.52),한국재활복지공단 이사 박삼범(33)한강기획 대표 김본현(여.
48)씨등 가계수표부정발급 알선업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위반(알
선수재)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와함께 모집책인 이석완씨(33)등 3명을 불구속입건하고 달아난 이헌기씨
(30)등 5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수십억원의 CD를 강제매각해 자신들의 은행 점포 수신
고를 높이고 그 대가로 자격미달자들에게 무더기로 가계수표를 부정발급해
주면서 2백~3백50만원의 금품까지 수수한 전제일은행 신촌출장소장 최만수
(49.현 본점 카드사업부 관리역)씨와 제일은행 둔촌동지점 당좌계 대리 최
광룡씨(37)씨등 은행직원 2명을 특정경제범조가중처벌법위반(수재)등 혐의
로 구속했다.

가계수표알선과 관련해 은행직원들의 검찰에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이씨는 여자목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기독교인인 지
점장들에 접근,자신이 거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 지난해 3월부터
올2월까지 수신고실적이 부진한 제일은행 신촌출장소등 5개 신설출장소를
상대로 총 1백46억원의 CD를 매입하고 그 대가로 78명의 자격미달자들에게
가계수표를 개설해 주도록 알선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은행측 구속자들은 알선업자들을 위해 그들의 요구대로
CD대금이 입금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CD를 발행하는 이른바 "무자원 발
행"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은행감독원에 통
보해 관련자를 징계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이같은 방법으로 가계수표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대부
분 간판만 유지하는 영세업자인 것으로 판명돼 개설자 1백10명의 부도여부
를 확인한 결과 74.5%에 달하는 82명이 부도를 내 현재 수배중이거나 조사
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 82명이 발행했다 부도를 낸 금액은 60여억원에 이르고 피해자 또
한 줄잡아 1천2백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