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것은 여러가지로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다.

자연을 벗삼을수 있어 마음속의 때를 씻어낼수 있을뿐 아니라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해 주는등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산은 평지가 아니므로 오르는 일 자체가 고행이라면 고행이다.

그러니 산을 오른다는 것은 곧 고행을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하는
셈이고, 그것은 또한 구비구비 돌아가고 오르내리는 인생살이의 온갖
맛(미)을 순리대로 체험하는 격이 된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고교시절 아마추어 레슬링을 비롯해서 기구운동을 좋아했던
덕분에 건강에는 자신이 있던 터였지만, 친구인 (주)동아유통 임병화사장의
권유로 산행을 시작했다.

뜻이 맞고 마음이 통하는 이들 아홉명이 모여 매주 산을 타는데 이름을
일월회라 한다.

해와 달처럼 늘 세상에 빛을 발하리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우리 모임은 대단한 알피니스트들이 모인 것도 아니거니와 평균
연령이 이순인지라 난코스를 골라 다니거나 등반대회를 갖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모여 산을 찾는 것은, 그저 함께 산을 오르는 것이 좋고
함께 정상에 올라 산아래를 내려다보며 느끼는 시원한 정복감도 좋고 그런
가운데 서로 어울려 교감되는 삶의 느낌들이 좋기 때문이다.

일월회의 회장은 일동제관의 김시일회장이 맡고, 66세로 최고령인 동일
금속의 박광채사장, 서울경제신문의 박영환부장, 경남산업(주)의 조국형
이사 등이 모여 매주 구기터널 입구에서나 정릉 산입구에서 출발한다.

주로 북한산을 오르는 산행에 부부가 함께 하기도 해 또다른 의미에서의
일(부)월(부)회가 되기도 한다.

또 산행때마다 준비해 간 쓰레기봉투로 오물들을 치워 산을 깨끗이 하는
일도 빼놓을수 없는 보람이 되었다.

일월회 외에도 세동상운(주)의 김혜동사장이 회장을, 동아유통의 임병화
사장과 안국환경운송사업부의 백승재상무가 총무를 맡고있는 서울사대부고
11회 동문회와 총 동창회의 산악회에도 참여하여 산행을 하다보니 어느새
산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요즈음 와서는 일이 바빠 매주 가지는 못하고 한달에 두어번 정도 산을
오른다.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등 그동안 다녀온 곳 외에 올해에는 1박2일로 다녀올
수 있는 다른산을 찾아나설 계획이다.

서로 담소하여 산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세월은 흐르고 체력이 약해져
고행도 커지겠지만, 일월회의 아홉명 산행인들의 우정과 희열은 그보다
더욱 깊어가고 커가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